[단독] 윤 측 “계엄포고령, 김용현이 잘못 베꼈다”…따져보니 전례 없어

입력 2025.01.16 (11:07) 수정 2025.01.1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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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심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지난 14일 12·3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을 설명하는 62쪽 분량의 2차 답변서를 헌재에 냈습니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측은 이 답변서에서 비상계엄 때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과거 대통령이 국회해산권을 가졌던 군사정권 시절의 예문을 잘못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포함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해 그동안 위헌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포고령 1호의 내용을 김 전 장관의 '부주의' 탓으로 돌린 겁니다.

하지만, 실제 과거 군사정권 시절 선포된 포고령을 살펴본 결과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콕 집어 모두 금지한 조항은 없었습니다.

■ "국회 활동 금지, 김용현이 잘못 베꼈다" 주장…따져보니 전례 없어

윤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포고령 1호는 국방부 장관 김용현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그대로 베껴 온 것으로서, 모든 절차를 평화적으로 신속히 진행하고 국회 해산 결의 시 종료하려고 했던 것인데 문구의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포고령에 표현이 미숙했다"고도 인정했는데, 해당 조항의 위헌 요소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거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과거 박정희·전두환 시대 10여 차례 발표됐던 포고령 어디에도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1972년 10월 박정희 유신 당시 포고문, 또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포고령에 '정치활동 중지', '정치 활동 목적의 집회·시위 금지' 등을 적은 조항은 있었지만, 이때도 국회를 콕 집어 명시하진 않았던 겁니다.

옛날 자료를 잘못 베낀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실제로 국회나 지방의회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니라, 계엄이 유지되는 동안 반국가적 활동을 못 하게 막으려 했던 것"이라며 "국회나 선관위에 정상적인 출입 활동을 막으려는 내용은 없고, 실제로 그렇게 막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 된 군 수뇌부들의 공소장 내용과는 판이합니다.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전까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한 사실이 담겼습니다.

"유리창 깨고 진입한 것은 안전사고 막기 위한 것" 주장…군사령관 진술엔 "책임 미룬 것"

윤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세상에 미리 TV로 방송하고 실행하는 내란도 있습니까",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여러 차례 내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군 병력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로 진입한 것과 관련해 "오로지 흥분한 군중들에 의해 발생할 안전사고나 유혈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기 위해 군이 국회에 진입한 것이라면 국회의원이 방송 카메라 앞에서 그토록 평화롭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봉쇄는 모두 " 질서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국회의 권능 행사가 불가능에 이르렀던 것이 아니며, 일부 출입 통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폭행, 협박은 전혀 없었고, 더군다나 지역의 평온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음은 생방송 영상에 의해도 명백히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시 군 병력에 의해 깨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시 군 병력에 의해 깨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

하지만,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새벽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담겼습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의결하려는 국회의원들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면, '질서 유지' 차원이라는 답변서 설명과는 배치되는 셈입니다.

곽 사령관도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했다.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증언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서로서로 야당의 책임 추궁에 대해 책임을 감경받기 위해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며 '허구'라고 주장했습니다.

■ 답변서 곳곳 '부정선거' 강변…유튜버 주장 되풀이?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의 두 가지 배경으로 '거대 야당의 폭주''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를 제시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국민 담화문 등을 통해 밝힌 내용과 같습니다.

특히, 부정선거를 주장한 대목에선 ▲국정원 보안 점검 결과 밝혀진 선거 시스템 관리 부실 ▲감사원 조사 결과 ▲선관위의 현 선거 장비 및 시스템(한국 전자 투개표기) 수출 후 해당 국가에서 불법 선거가 자행된 정황 ▲부정 투표 용지들의 발견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특히, '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가 발표한 동영상'에 담긴 내용이라며 일부 '유튜버'들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제시한 대목도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①투표관리도장이 뭉그러진 소위 '일장기 투표지' ②투표지 두 장이 겹쳐서 인쇄된 소위 '배춧잎 투표지', ③접착제가 묻어있는 '자석 투표지', ④접힌 흔적이 전혀 없는 빳빳한 투표용지(선관위는 정상적 용지에서는 발견된 적 없는 "형상기억 용지"라 주장합니다) 등이 다수 발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언급한 대목도 있었습니다. 국내 선관위 장비와 시스템을 수입한 키르기스스탄, 콩고, 볼리비아, 남아공, 벨라루스, 이라크 등에서 유혈 사태와 대통령 사퇴 상황 등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미얀마, 모잠비크, 남아공, 엘살바도르, 피지, 에콰도르,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 시스템에 대한 사용 불가 판결이 내려지는 등 부정선거 시비로 인한 폭동 및 유혈 사태가 야기됐다"라고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나라들은 한결같이 중국의 일대일로 대상 국가들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는 주장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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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1-16 13:08:33
    단독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심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지난 14일 12·3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을 설명하는 62쪽 분량의 2차 답변서를 헌재에 냈습니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측은 이 답변서에서 비상계엄 때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과거 대통령이 국회해산권을 가졌던 군사정권 시절의 예문을 잘못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포함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해 그동안 위헌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포고령 1호의 내용을 김 전 장관의 '부주의' 탓으로 돌린 겁니다.

하지만, 실제 과거 군사정권 시절 선포된 포고령을 살펴본 결과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콕 집어 모두 금지한 조항은 없었습니다.

■ "국회 활동 금지, 김용현이 잘못 베꼈다" 주장…따져보니 전례 없어

윤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포고령 1호는 국방부 장관 김용현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그대로 베껴 온 것으로서, 모든 절차를 평화적으로 신속히 진행하고 국회 해산 결의 시 종료하려고 했던 것인데 문구의 잘못을 부주의로 간과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포고령에 표현이 미숙했다"고도 인정했는데, 해당 조항의 위헌 요소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거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과거 박정희·전두환 시대 10여 차례 발표됐던 포고령 어디에도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1972년 10월 박정희 유신 당시 포고문, 또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포고령에 '정치활동 중지', '정치 활동 목적의 집회·시위 금지' 등을 적은 조항은 있었지만, 이때도 국회를 콕 집어 명시하진 않았던 겁니다.

옛날 자료를 잘못 베낀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실제로 국회나 지방의회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니라, 계엄이 유지되는 동안 반국가적 활동을 못 하게 막으려 했던 것"이라며 "국회나 선관위에 정상적인 출입 활동을 막으려는 내용은 없고, 실제로 그렇게 막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 된 군 수뇌부들의 공소장 내용과는 판이합니다.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전까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한 사실이 담겼습니다.

"유리창 깨고 진입한 것은 안전사고 막기 위한 것" 주장…군사령관 진술엔 "책임 미룬 것"

윤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세상에 미리 TV로 방송하고 실행하는 내란도 있습니까",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여러 차례 내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군 병력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로 진입한 것과 관련해 "오로지 흥분한 군중들에 의해 발생할 안전사고나 유혈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기 위해 군이 국회에 진입한 것이라면 국회의원이 방송 카메라 앞에서 그토록 평화롭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봉쇄는 모두 " 질서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국회의 권능 행사가 불가능에 이르렀던 것이 아니며, 일부 출입 통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폭행, 협박은 전혀 없었고, 더군다나 지역의 평온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음은 생방송 영상에 의해도 명백히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시 군 병력에 의해 깨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
하지만,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새벽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담겼습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의결하려는 국회의원들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면, '질서 유지' 차원이라는 답변서 설명과는 배치되는 셈입니다.

곽 사령관도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했다.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증언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서로서로 야당의 책임 추궁에 대해 책임을 감경받기 위해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며 '허구'라고 주장했습니다.

■ 답변서 곳곳 '부정선거' 강변…유튜버 주장 되풀이?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의 두 가지 배경으로 '거대 야당의 폭주''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를 제시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국민 담화문 등을 통해 밝힌 내용과 같습니다.

특히, 부정선거를 주장한 대목에선 ▲국정원 보안 점검 결과 밝혀진 선거 시스템 관리 부실 ▲감사원 조사 결과 ▲선관위의 현 선거 장비 및 시스템(한국 전자 투개표기) 수출 후 해당 국가에서 불법 선거가 자행된 정황 ▲부정 투표 용지들의 발견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특히, '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가 발표한 동영상'에 담긴 내용이라며 일부 '유튜버'들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제시한 대목도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①투표관리도장이 뭉그러진 소위 '일장기 투표지' ②투표지 두 장이 겹쳐서 인쇄된 소위 '배춧잎 투표지', ③접착제가 묻어있는 '자석 투표지', ④접힌 흔적이 전혀 없는 빳빳한 투표용지(선관위는 정상적 용지에서는 발견된 적 없는 "형상기억 용지"라 주장합니다) 등이 다수 발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언급한 대목도 있었습니다. 국내 선관위 장비와 시스템을 수입한 키르기스스탄, 콩고, 볼리비아, 남아공, 벨라루스, 이라크 등에서 유혈 사태와 대통령 사퇴 상황 등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미얀마, 모잠비크, 남아공, 엘살바도르, 피지, 에콰도르,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 시스템에 대한 사용 불가 판결이 내려지는 등 부정선거 시비로 인한 폭동 및 유혈 사태가 야기됐다"라고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나라들은 한결같이 중국의 일대일로 대상 국가들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는 주장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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