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지에 다 써있다” 경고했던 대통령…정작 검찰은 분실
입력 2025.08.25 (06:27)
수정 2025.08.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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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로 알려진 '건진법사 돈다발 띠지 분실 사건', 현재 대검찰청 감찰에 이어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법조계 출신 정치인들은 '띠지는 자금 추적 수사의 기본'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검찰을 비판 중입니다.
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 출신 이재명 대통령도, 뇌물 수사의 기본은 '띠지'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 달 전, 신입 공무원 교육에서 한 발언입니다.
<KBS 관련 기사> [단독] 검찰,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 단서 전부 유실…감찰도 안 해 (2025.08.1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2971 [단독] 검찰,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단서 전부 유실 (2025.08.1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2965 [단독] 검찰 “직원이 실수로 버렸다”…감찰 없이 넘어가 (2025.08.1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2966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단서 유실한 검찰…대검, 감찰 착수 (2025.08.19.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4150 |
■ 이재명 대통령 "특수부 검사의 조사 기법… 띠지에 다 쓰여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5급 예비 사무관 305명에게 특강하며, 금품과 향응을 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청렴해야 한다"며 "저는 정말로 치열하게 제 나름의 삶을 관리해 왔다. 돈이 '마귀'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문자, 메일, 전화로 '고생 많으시죠. 어려우신 데 커피나 차라도 한 잔. 밥이라도 한 끼. 그러다 술이라도 한잔. 골프라도 한 번. 상품권 우연히 생겼는데 한 장… 그러다 룸살롱 가고, 선물 잔뜩 갖다주고. 어느 날 보니 이 사람이 그걸 '장부'에 다 써놨다는 것을 알게 되죠. 언제 그게 드러나냐? 그 사람이 잡혔을 때." ─ 이재명 대통령, 지난달 14일 |
그러면서 "특수부 검사들은 공직자를 잡으면 평정 점수가 높다. 조사 기법이 딱 정해져 있다"며 "관가 근처에서 놀고 있는 업자들의 장부부터 본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뇌물을 준 업자들은) 그때를 위해서 다 준비를 갖추고 있다. 장부에 '언제 ○○○ 사무관에게 상품권 32만 원 줬더니 엄청 좋아하더라'…. 장소 표정까지 다 써 놓는다"라고 강의했습니다.
또한 "현금은, 띠지를 떼고 고무줄로 말아서 (공무원에게) 준다고 한다"며, 업자들이 수사에 대비해 그 '띠지'를 모아놓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띠지에 뭐가 있느냐. 그 띠를 만든 은행 창구 직원의 도장이 찍혀 있어. 그것을 다 모아서 이건 ○○○ 사무관 준 것, 이건 무슨 서기관 준 것, (장부에) 다 써놓죠. 자기가 잡혔을 때를 대비해서… 수사 기관이 관가 근처에 업자를 잡으면 첫 번째 하는 일이 장부 찾으러 다니는 일이에요. ─이재명 대통령, 지난달 14일 |
이 대통령도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핵심 증거인 '띠지'를 건진법사 은신처에서 압수하고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찰은 전부 잃어버리고 감찰도 하지 않았던 것이죠.

■ 검찰 출신 민주당 의원 "납득 못 해… 특검이 수사해야"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18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현금을 발견했을 때 반드시 띠지가 있는지 확인했다"며 "띠지를 추적해서 뇌물을 밝힌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수사를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현금 띠지라든가 관봉 스티커가 굉장한 중요한 증거물이라는 것을 다 안다"며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분이 그것을 없앨 수 있을까…. 제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 의원은 A4 용지를 잡으며 "제가 조금만 잡고 있어도 이 종이에 지문이 남는다"며 "띠지에도 지문이 남는 경우가 있어 그것을 단서로 수사에 성공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시 고검장 출신인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19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대통령실에서 지급되는 특활비를 빼내서 공금 횡령 방법으로 지급됐을 가능성이 큰데, 수사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라 정말 심각한 사항"이라며 "감찰이든 특검 수사든 진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아무리 실무 직원이 경험이 적어도 그 정도의 감각은 있을 것 같다"며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부장검사,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역임했던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21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검사를 24년 했는데 굉장히 충격"이라며 "증거 인멸에 해당하고, 진상 조사나 문책 미실시는 직무 유기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실수로 잃어버렸다고 보기에는 고의 은폐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다, 그 과정이 너무나 석연치 않다"며 "대검부터 시작해서 진상규명을 하지 않은 부분도 수사나 감찰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장검사 출신이자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현재 민주당 입당)은 21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나와 "검찰 설명 자체가 시작부터 말이 안 된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이 액수를 보장한 건데 왜 세느냐"며, '현금을 세고 나서 띠지와 스티커를 잃어버렸다는 검찰 해명을 반박했습니다.

■ 국민의힘에서도 "어처구니없어… 굉장히 심각한 문제"
보수 진영에서도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MBC '뉴스외전'에서 "실수라고 보기에는…띠지가 증거인데 수사관이 이 증거물을 버리고 돈만 갖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띠지에 지문이 묻어있을 수도 있다"며 "증거라는 것은 원래 발견된 그대로 가져다 놔야지 증거이고, 그중에 무엇이 빠지면 증거의 효력을 상실한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돈다발을 세기 위해서 실수로 띠지를 잃어버렸다는데, 관봉권은 돈을 셀 필요 없다"며 "위조지폐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 장 정도 뽑는 것 외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 대검,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 착수…수사 결과는?
KBS 보도 이튿날인 19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즉각 대검찰청에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대검은 감찰3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감찰팀을 꾸려 감찰에 착수했고, 지난 21일 수사관 2명을 입건하며 정식 수사로 전환했고 22일에는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법무부의 직접 감찰이나 특검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대검 감찰부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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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로 알려진 '건진법사 돈다발 띠지 분실 사건', 현재 대검찰청 감찰에 이어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법조계 출신 정치인들은 '띠지는 자금 추적 수사의 기본'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검찰을 비판 중입니다.
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 출신 이재명 대통령도, 뇌물 수사의 기본은 '띠지'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 달 전, 신입 공무원 교육에서 한 발언입니다.
<KBS 관련 기사> [단독] 검찰,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 단서 전부 유실…감찰도 안 해 (2025.08.1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2971 [단독] 검찰,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단서 전부 유실 (2025.08.1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2965 [단독] 검찰 “직원이 실수로 버렸다”…감찰 없이 넘어가 (2025.08.18.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2966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단서 유실한 검찰…대검, 감찰 착수 (2025.08.19.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4150 |
■ 이재명 대통령 "특수부 검사의 조사 기법… 띠지에 다 쓰여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5급 예비 사무관 305명에게 특강하며, 금품과 향응을 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청렴해야 한다"며 "저는 정말로 치열하게 제 나름의 삶을 관리해 왔다. 돈이 '마귀'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문자, 메일, 전화로 '고생 많으시죠. 어려우신 데 커피나 차라도 한 잔. 밥이라도 한 끼. 그러다 술이라도 한잔. 골프라도 한 번. 상품권 우연히 생겼는데 한 장… 그러다 룸살롱 가고, 선물 잔뜩 갖다주고. 어느 날 보니 이 사람이 그걸 '장부'에 다 써놨다는 것을 알게 되죠. 언제 그게 드러나냐? 그 사람이 잡혔을 때." ─ 이재명 대통령, 지난달 14일 |
그러면서 "특수부 검사들은 공직자를 잡으면 평정 점수가 높다. 조사 기법이 딱 정해져 있다"며 "관가 근처에서 놀고 있는 업자들의 장부부터 본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뇌물을 준 업자들은) 그때를 위해서 다 준비를 갖추고 있다. 장부에 '언제 ○○○ 사무관에게 상품권 32만 원 줬더니 엄청 좋아하더라'…. 장소 표정까지 다 써 놓는다"라고 강의했습니다.
또한 "현금은, 띠지를 떼고 고무줄로 말아서 (공무원에게) 준다고 한다"며, 업자들이 수사에 대비해 그 '띠지'를 모아놓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띠지에 뭐가 있느냐. 그 띠를 만든 은행 창구 직원의 도장이 찍혀 있어. 그것을 다 모아서 이건 ○○○ 사무관 준 것, 이건 무슨 서기관 준 것, (장부에) 다 써놓죠. 자기가 잡혔을 때를 대비해서… 수사 기관이 관가 근처에 업자를 잡으면 첫 번째 하는 일이 장부 찾으러 다니는 일이에요. ─이재명 대통령, 지난달 14일 |
이 대통령도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핵심 증거인 '띠지'를 건진법사 은신처에서 압수하고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찰은 전부 잃어버리고 감찰도 하지 않았던 것이죠.

■ 검찰 출신 민주당 의원 "납득 못 해… 특검이 수사해야"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18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현금을 발견했을 때 반드시 띠지가 있는지 확인했다"며 "띠지를 추적해서 뇌물을 밝힌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수사를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현금 띠지라든가 관봉 스티커가 굉장한 중요한 증거물이라는 것을 다 안다"며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분이 그것을 없앨 수 있을까…. 제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 의원은 A4 용지를 잡으며 "제가 조금만 잡고 있어도 이 종이에 지문이 남는다"며 "띠지에도 지문이 남는 경우가 있어 그것을 단서로 수사에 성공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시 고검장 출신인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19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대통령실에서 지급되는 특활비를 빼내서 공금 횡령 방법으로 지급됐을 가능성이 큰데, 수사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라 정말 심각한 사항"이라며 "감찰이든 특검 수사든 진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아무리 실무 직원이 경험이 적어도 그 정도의 감각은 있을 것 같다"며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부장검사,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역임했던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21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검사를 24년 했는데 굉장히 충격"이라며 "증거 인멸에 해당하고, 진상 조사나 문책 미실시는 직무 유기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실수로 잃어버렸다고 보기에는 고의 은폐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다, 그 과정이 너무나 석연치 않다"며 "대검부터 시작해서 진상규명을 하지 않은 부분도 수사나 감찰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장검사 출신이자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현재 민주당 입당)은 21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나와 "검찰 설명 자체가 시작부터 말이 안 된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이 액수를 보장한 건데 왜 세느냐"며, '현금을 세고 나서 띠지와 스티커를 잃어버렸다는 검찰 해명을 반박했습니다.

■ 국민의힘에서도 "어처구니없어… 굉장히 심각한 문제"
보수 진영에서도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MBC '뉴스외전'에서 "실수라고 보기에는…띠지가 증거인데 수사관이 이 증거물을 버리고 돈만 갖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띠지에 지문이 묻어있을 수도 있다"며 "증거라는 것은 원래 발견된 그대로 가져다 놔야지 증거이고, 그중에 무엇이 빠지면 증거의 효력을 상실한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돈다발을 세기 위해서 실수로 띠지를 잃어버렸다는데, 관봉권은 돈을 셀 필요 없다"며 "위조지폐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 장 정도 뽑는 것 외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 대검,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 착수…수사 결과는?
KBS 보도 이튿날인 19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즉각 대검찰청에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대검은 감찰3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감찰팀을 꾸려 감찰에 착수했고, 지난 21일 수사관 2명을 입건하며 정식 수사로 전환했고 22일에는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법무부의 직접 감찰이나 특검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대검 감찰부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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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윤 기자 cyworl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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