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언급하던 사령관…계엄날 “서버 떼와” 지시 [피고인 윤석열]⑭

입력 2025.07.13 (06:00) 수정 2025.07.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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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공판의 피고인석은 비어있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전,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겠단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건 처음입니다.

재판 약 8시간 전인 새벽 2시쯤 윤 전 대통령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재구속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늦어도 출석 일시 12시간 전에 소환장을 송달하게 돼 있는데 적법한 소환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며 공판을 진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했다"며 "이후에도 불출석하면 구인영장 발부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없는 상태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전 방첩사 간부 "여인형, 총선 뒤 부정선거 검증 지시"

이날 법정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이 평소 부정선거 의혹에 관해 언급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5월쯤 (여 전 사령관이) '도대체 부정선거가 무슨 이야기인지 확인해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니 '인터넷에서 공개된 자료로 정리해달라는 것'이라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처장은 관련 내용을 찾아보며 "터무니없이 편향된 극우 유튜버의 주장"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부정 선거론자들의 주장 △이에 대한 선관위와 언론의 평가 △관련 대법원판결을 조목조목 정리한 보고서를 여 전 사령관에게 제출했습니다.

노파심에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방첩사가 부정선거와 관련해 수행하는 임무가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정 전 처장은 "선거와 방첩사는 어떤 연결고리도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꼽은 바 있는데,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패배한 뒤 여 전 사령관 등에게 부정선거에 대한 검증을 지시했다고 의심해 왔습니다.

■계엄 선포 직전 '선관위 위치 파악' 지시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 저녁 7시쯤, 여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선관위 4곳의 위치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정 전 처장이 "모른다"고 답하자 여 전 사령관은 "한번 찾아봐라, 급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 꽃 △선거연수원 네 곳을 검색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습니다.

이후 여 전 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통화하며 '연수원이 뭐냐', '거기 서버가 있대', '우리가 거기 들어갈 수 있어' 등의 대화를 나눴다고 정 전 처장은 기억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직전, 정 전 처장을 앉혀두고 '계엄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따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정 전 처장은 '무슨 상황에서 따르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안 따를 것 같다'고 답했고, 여 전 사령관이 "그래, 나도 비슷해. 무슨 일 있겠어. 어른들이 잘 판단하시겠지"라고 말했습니다.

■계엄 선포되자 '서버 떼와라' 지시…법무 검토는 '무시'


하지만 실제로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여 전 사령관은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①전산실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를 넘긴다 ②서버를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되, 상황이 여의찮으면 복사한다 ③그것도 안 되면 서버를 떼어온다는 식으로 3단계 명령을 내렸습니다.

정 전 처장은 '부정선거 관련이냐?' 묻자, 여 전 사령관이 '그런 거 아니다'라고 얼버무렸다고 했습니다.

임무를 전달받은 정 전 처장은 부대원들과 모여 토의했습니다.

'영장 없이 임무를 진행할 수 있느냐', '전산실에 들어가면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서버를 복사해도 범죄 혐의에 대해 해야지 임의로 할 수 없다'는 논의가 오갔습니다.

이후 정 전 처장은 법무실로 향했고, '계엄 상황에서도 형사소송법 주요 규정은 유지된다', '전자정보 압수 규정 등이 지켜져야 한다', '포고령 발생 이전에 관한 내용을 압수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안 보인다' 등의 검토를 받았습니다.

법무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단 내용을 보고했지만,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이 귀담아듣지 않으려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업무냐' 묻자, 여 전 사령관이 "야 비상계엄인데, 아이씨"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증언했습니다.

■'혐의 부인' 여인형에 "완전히 배신감 느껴"

"'서버를 떼와라'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서버를 카피해라'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법률적이고 기술적인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다." <여인형 전 사령관, 탄핵 심판 5차 변론>

여 전 사령관은 '서버를 떼오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정 전 처장은 "그런 지시가 없었으면 팀원들과 토의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지시가 없었다면 법무실도 안 갔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에게 "완전히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계엄 모의 관련) 많은 의혹을 제기했을 때 여 전 사령관이 '무슨 계엄이냐' 하면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며 "그 이후 여 전 사령관이 관여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배신감에 사로잡혔다"고 말했습니다.

비상계엄 자체에 대해서도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내린 비상계엄은 처음"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그냥 답답함을 토로하는 건 줄 알았는데, (담화) 마지막에 비상계엄 선포를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혐의를 부인해 오던 여 전 사령관은 지난 8일 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해 증인신문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정말 크게 후회하고 있다”며 “저의 판단과 행동이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으며, 저의 행위에 상응하는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조은수 이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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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3 06:00:14
    • 수정2025-07-13 0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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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공판의 피고인석은 비어있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전,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겠단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건 처음입니다.

재판 약 8시간 전인 새벽 2시쯤 윤 전 대통령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재구속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늦어도 출석 일시 12시간 전에 소환장을 송달하게 돼 있는데 적법한 소환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며 공판을 진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했다"며 "이후에도 불출석하면 구인영장 발부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없는 상태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전 방첩사 간부 "여인형, 총선 뒤 부정선거 검증 지시"

이날 법정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이 평소 부정선거 의혹에 관해 언급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5월쯤 (여 전 사령관이) '도대체 부정선거가 무슨 이야기인지 확인해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니 '인터넷에서 공개된 자료로 정리해달라는 것'이라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처장은 관련 내용을 찾아보며 "터무니없이 편향된 극우 유튜버의 주장"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부정 선거론자들의 주장 △이에 대한 선관위와 언론의 평가 △관련 대법원판결을 조목조목 정리한 보고서를 여 전 사령관에게 제출했습니다.

노파심에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방첩사가 부정선거와 관련해 수행하는 임무가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정 전 처장은 "선거와 방첩사는 어떤 연결고리도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꼽은 바 있는데,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패배한 뒤 여 전 사령관 등에게 부정선거에 대한 검증을 지시했다고 의심해 왔습니다.

■계엄 선포 직전 '선관위 위치 파악' 지시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 저녁 7시쯤, 여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선관위 4곳의 위치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정 전 처장이 "모른다"고 답하자 여 전 사령관은 "한번 찾아봐라, 급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 꽃 △선거연수원 네 곳을 검색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습니다.

이후 여 전 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통화하며 '연수원이 뭐냐', '거기 서버가 있대', '우리가 거기 들어갈 수 있어' 등의 대화를 나눴다고 정 전 처장은 기억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직전, 정 전 처장을 앉혀두고 '계엄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따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정 전 처장은 '무슨 상황에서 따르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안 따를 것 같다'고 답했고, 여 전 사령관이 "그래, 나도 비슷해. 무슨 일 있겠어. 어른들이 잘 판단하시겠지"라고 말했습니다.

■계엄 선포되자 '서버 떼와라' 지시…법무 검토는 '무시'


하지만 실제로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여 전 사령관은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①전산실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를 넘긴다 ②서버를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되, 상황이 여의찮으면 복사한다 ③그것도 안 되면 서버를 떼어온다는 식으로 3단계 명령을 내렸습니다.

정 전 처장은 '부정선거 관련이냐?' 묻자, 여 전 사령관이 '그런 거 아니다'라고 얼버무렸다고 했습니다.

임무를 전달받은 정 전 처장은 부대원들과 모여 토의했습니다.

'영장 없이 임무를 진행할 수 있느냐', '전산실에 들어가면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서버를 복사해도 범죄 혐의에 대해 해야지 임의로 할 수 없다'는 논의가 오갔습니다.

이후 정 전 처장은 법무실로 향했고, '계엄 상황에서도 형사소송법 주요 규정은 유지된다', '전자정보 압수 규정 등이 지켜져야 한다', '포고령 발생 이전에 관한 내용을 압수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안 보인다' 등의 검토를 받았습니다.

법무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단 내용을 보고했지만,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이 귀담아듣지 않으려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업무냐' 묻자, 여 전 사령관이 "야 비상계엄인데, 아이씨"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증언했습니다.

■'혐의 부인' 여인형에 "완전히 배신감 느껴"

"'서버를 떼와라'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서버를 카피해라'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법률적이고 기술적인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다." <여인형 전 사령관, 탄핵 심판 5차 변론>

여 전 사령관은 '서버를 떼오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정 전 처장은 "그런 지시가 없었으면 팀원들과 토의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지시가 없었다면 법무실도 안 갔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에게 "완전히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계엄 모의 관련) 많은 의혹을 제기했을 때 여 전 사령관이 '무슨 계엄이냐' 하면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며 "그 이후 여 전 사령관이 관여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배신감에 사로잡혔다"고 말했습니다.

비상계엄 자체에 대해서도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내린 비상계엄은 처음"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그냥 답답함을 토로하는 건 줄 알았는데, (담화) 마지막에 비상계엄 선포를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혐의를 부인해 오던 여 전 사령관은 지난 8일 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해 증인신문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정말 크게 후회하고 있다”며 “저의 판단과 행동이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으며, 저의 행위에 상응하는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조은수 이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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