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매니저’를 다그친 김호중…“죄책감 있는지 의문”

입력 2024.11.14 (13:00) 수정 2024.11.1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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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와 파바로티의 합성어 '트바로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가수 김호중.

하지만 이제는 음주운전 후 추가 음주로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술타기' 수법을 확산시킨 인물이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판사 최민혜)은 지난 13일, 김호중 씨에게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판결문을 통해 지난 5월 9~10일에 있었던 '음주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등 사건 내용과 법원 판단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차, 2차, 3차…귀가 후 다시 집 나선 김호중

김호중 씨는 회사 대표 이광득 씨와 본부장 전 모 씨 등과 지난 5월 9일 낮부터 연이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오후 4시 무렵 서울 강남구의 한 실내 스크린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치면서 캔 맥주 5캔을 주문해 마셨고, 저녁 6시쯤에는 서울 강남구 식당을 방문해 소주 7병과 맥주 3병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계속해서 이들은 저녁 8시쯤에는 인근 유흥주점으로 가 양주 7병, 소주 4병 등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김 씨는 밤 11시 10분쯤 먼저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자신의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지 15분 후 김 씨는 또 다른 자신의 SUV 차량을 몰고 음주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사고 당시 영상 화면, 김 씨가 몰던 흰색 SUV가 반대편 택시를 들이받는 모습사고 당시 영상 화면, 김 씨가 몰던 흰색 SUV가 반대편 택시를 들이받는 모습

교통사고는 밤 11시 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발생했습니다.

김 씨는 술에 취해 혈색이 붉고 비틀거리는 등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했고, 반대편 택시 차량 앞부분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60대 택시운전자는 3주 진단을 받았고, 차 수리비가 약 270만 원 나올 정도로 피해가 났지만, 김 씨는 도주했습니다.

■자수할 사람 물색한 김호중…막내 매니저 "너무 무섭습니다"

김호중 씨는 사고 현장에서 200미터 떨어진 건물 주차장으로 달아났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회사 본부장 전 씨와 김 씨 매니저 장 모 씨에게 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 가수 활동이 어려워져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걸 걱정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대신 자수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본부장 전 씨였습니다. 전 씨는 장 씨에게 "네가 한 걸로 해야 돼"라고 말했고, 이 씨도 전화로 "그냥 네가 운전한 걸로 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가 이미 다른 장소에서 술을 마신 상태를 알게 되자 다른 사람을 물색했습니다.

대안은 막내 매니저였습니다. 김 씨는 막내 매니저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서 '빨리 와서 대신 사고를 낸 운전자인 것처럼 해달라'는 취지로 독촉했습니다.

하지만 막내 매니저는 전화를 더 받지 않고 결국 전 씨에게 "본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는 제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너무 무섭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고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할 수 없이 이들은 매니저 장 씨를 대신 자수시키기로 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장 씨와 옷을 바꿔입고, 또 다른 매니저와 함께 경기도 구리의 한 모텔로 도피했습니다.

■삼키거나 변기에 버리거나…계속된 증거인멸

매니저 장 씨는 5월 10일 새벽 2시 경찰에 자신이 흰색 SUV를 운전하고 교통사고를 내 도주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했습니다.

허위 진술 이외에도 이들은 완전 범죄를 꿈꾸며 계속 증거인멸을 했습니다.

본부장 전 씨는 김 씨의 범행 장면이 녹화된 흰색 SUV 차량의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빼내 입에 넣고 씹어 삼켰습니다.

대표 이 씨는 경찰이 김 씨가 구리로 도피할 때 탄 승합차를 찾다가 돌아가자, 대화 내용과 도피 장면이 녹화된 승합차의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빼내 없앨 것을 매니저 장 씨에게 지시했고, 장 씨는 저장장치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증거를 없앴습니다.

■가짜 대화에 사고 후 맥주까지…"김호중, 일말의 죄책감 있는지 의문"

‘음주 뺑소니’ 후 김 씨의 모습‘음주 뺑소니’ 후 김 씨의 모습

1심은 김 씨의 행태를 자세히 소개하며 태도와 행동에 대해 크게 꾸짖었습니다.

1심은 징역 2년 6개월 선고하면서 "김 씨는 교통사고를 내고 무책임하게 도주한 것에서 나아가 매니저가 대신 허위 자수하게 함으로써 초동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과정에서 상당히 낭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회사 대표와 본부장 등에게 전화해 자신이 있는 위치로 와서 사고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막내 매니저에게까지 같은 취지로 부탁하는 등 타인에게 자신의 범행을 대신 수습해 주기만 종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는 도주하면서 장 씨에게 전화로 장 씨가 '흰색 SUV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김 씨가 '괜찮다'고 답하는 등 추후 수사에 대비해 가짜 대화를 남기기도 했다"면서 "(도피 후) 모텔 방에 들어가기 전 맥주까지 구매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법원은 "전반적인 태도에 비추어,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면서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모습 등이 CCTV 등으로 명백히 보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상당히 불량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나아가 "김 씨와 대표 이 씨, 본부장 전 씨 등의 범인도피와 증거인멸 등의 범죄는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해하는 행위로서 정당한 사법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죄질이 극히 불량한 범죄가 틀림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늘어나는 '술타기'…'김호중 방지법' 오늘 국회 통과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도피 등 김 씨의 적극적인 수사 방해로 인해 김 씨 혐의들 가운데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습니다. 김 씨에 대한 정확한 음주 측정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 씨의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음주운전 사고 후 도피하고 술을 더 마셔 정확한 음주측정을 방해하는, 이른바 '술타기'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김 씨 사건은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을 지폈고, 결국 오늘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술타기' 수법 등을 통한 음주측정 방해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새로 포함됐고, 음주측정 방해자를 음주측정 거부자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됩니다.

한편, 김 씨 측은 1심 선고일인 어제(13일), 선고 직후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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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14 13:00:28
    • 수정2024-11-15 0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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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와 파바로티의 합성어 '트바로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가수 김호중.

하지만 이제는 음주운전 후 추가 음주로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술타기' 수법을 확산시킨 인물이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판사 최민혜)은 지난 13일, 김호중 씨에게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판결문을 통해 지난 5월 9~10일에 있었던 '음주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등 사건 내용과 법원 판단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차, 2차, 3차…귀가 후 다시 집 나선 김호중

김호중 씨는 회사 대표 이광득 씨와 본부장 전 모 씨 등과 지난 5월 9일 낮부터 연이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오후 4시 무렵 서울 강남구의 한 실내 스크린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치면서 캔 맥주 5캔을 주문해 마셨고, 저녁 6시쯤에는 서울 강남구 식당을 방문해 소주 7병과 맥주 3병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계속해서 이들은 저녁 8시쯤에는 인근 유흥주점으로 가 양주 7병, 소주 4병 등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김 씨는 밤 11시 10분쯤 먼저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자신의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지 15분 후 김 씨는 또 다른 자신의 SUV 차량을 몰고 음주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사고 당시 영상 화면, 김 씨가 몰던 흰색 SUV가 반대편 택시를 들이받는 모습
교통사고는 밤 11시 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발생했습니다.

김 씨는 술에 취해 혈색이 붉고 비틀거리는 등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했고, 반대편 택시 차량 앞부분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60대 택시운전자는 3주 진단을 받았고, 차 수리비가 약 270만 원 나올 정도로 피해가 났지만, 김 씨는 도주했습니다.

■자수할 사람 물색한 김호중…막내 매니저 "너무 무섭습니다"

김호중 씨는 사고 현장에서 200미터 떨어진 건물 주차장으로 달아났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회사 본부장 전 씨와 김 씨 매니저 장 모 씨에게 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 가수 활동이 어려워져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걸 걱정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대신 자수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본부장 전 씨였습니다. 전 씨는 장 씨에게 "네가 한 걸로 해야 돼"라고 말했고, 이 씨도 전화로 "그냥 네가 운전한 걸로 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가 이미 다른 장소에서 술을 마신 상태를 알게 되자 다른 사람을 물색했습니다.

대안은 막내 매니저였습니다. 김 씨는 막내 매니저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서 '빨리 와서 대신 사고를 낸 운전자인 것처럼 해달라'는 취지로 독촉했습니다.

하지만 막내 매니저는 전화를 더 받지 않고 결국 전 씨에게 "본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는 제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너무 무섭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고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할 수 없이 이들은 매니저 장 씨를 대신 자수시키기로 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장 씨와 옷을 바꿔입고, 또 다른 매니저와 함께 경기도 구리의 한 모텔로 도피했습니다.

■삼키거나 변기에 버리거나…계속된 증거인멸

매니저 장 씨는 5월 10일 새벽 2시 경찰에 자신이 흰색 SUV를 운전하고 교통사고를 내 도주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했습니다.

허위 진술 이외에도 이들은 완전 범죄를 꿈꾸며 계속 증거인멸을 했습니다.

본부장 전 씨는 김 씨의 범행 장면이 녹화된 흰색 SUV 차량의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빼내 입에 넣고 씹어 삼켰습니다.

대표 이 씨는 경찰이 김 씨가 구리로 도피할 때 탄 승합차를 찾다가 돌아가자, 대화 내용과 도피 장면이 녹화된 승합차의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빼내 없앨 것을 매니저 장 씨에게 지시했고, 장 씨는 저장장치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증거를 없앴습니다.

■가짜 대화에 사고 후 맥주까지…"김호중, 일말의 죄책감 있는지 의문"

‘음주 뺑소니’ 후 김 씨의 모습
1심은 김 씨의 행태를 자세히 소개하며 태도와 행동에 대해 크게 꾸짖었습니다.

1심은 징역 2년 6개월 선고하면서 "김 씨는 교통사고를 내고 무책임하게 도주한 것에서 나아가 매니저가 대신 허위 자수하게 함으로써 초동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과정에서 상당히 낭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회사 대표와 본부장 등에게 전화해 자신이 있는 위치로 와서 사고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막내 매니저에게까지 같은 취지로 부탁하는 등 타인에게 자신의 범행을 대신 수습해 주기만 종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는 도주하면서 장 씨에게 전화로 장 씨가 '흰색 SUV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김 씨가 '괜찮다'고 답하는 등 추후 수사에 대비해 가짜 대화를 남기기도 했다"면서 "(도피 후) 모텔 방에 들어가기 전 맥주까지 구매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법원은 "전반적인 태도에 비추어,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면서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모습 등이 CCTV 등으로 명백히 보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상당히 불량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나아가 "김 씨와 대표 이 씨, 본부장 전 씨 등의 범인도피와 증거인멸 등의 범죄는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해하는 행위로서 정당한 사법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죄질이 극히 불량한 범죄가 틀림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늘어나는 '술타기'…'김호중 방지법' 오늘 국회 통과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도피 등 김 씨의 적극적인 수사 방해로 인해 김 씨 혐의들 가운데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습니다. 김 씨에 대한 정확한 음주 측정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 씨의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음주운전 사고 후 도피하고 술을 더 마셔 정확한 음주측정을 방해하는, 이른바 '술타기'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김 씨 사건은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을 지폈고, 결국 오늘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술타기' 수법 등을 통한 음주측정 방해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새로 포함됐고, 음주측정 방해자를 음주측정 거부자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됩니다.

한편, 김 씨 측은 1심 선고일인 어제(13일), 선고 직후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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