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사투리는 소멸 중입니다” 사투리가 死투리로…

입력 2024.10.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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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시소
안녕하드래요?
안녕하세유
안녕하세요

모두 같은 '우리말'이지만,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입니다.

지역 고유의 문화, 역사 그리고 생활 습관을 담고 있는 지역 사투리는 소멸의 위험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9일, 제578돌을 맞이한 한글날을 기념하여 KBS 취재진이 사투리의 가치를 알아보았습니다.

■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은 표준어?

표준어는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로 전 국민이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단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렇다면 위 영상에서 본 사투리는 교양 없다는 뜻일까요?

"대학교 갔을 때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그래갖고 강원도 정선에서 온 최유진인데요. 이렇게 했다가 사람들이 자꾸 따라 하는 거예요 "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국악인 최유진 씨의 경험담입니다. 사투리 억양이 묻어난 말투로 자기소개를 해 놀림을 받은 경험은 비단 그녀만의 것이 아닙니다.

강원도 정선 출신 국악인 최유진씨강원도 정선 출신 국악인 최유진씨

대구광역시가 고향인 유튜버 강민지 씨 역시 "고향이 어디야? 사투리 언제 고쳐?"라는 질문은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할 때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경상남도 대구 출신 유튜버 강민지 씨경상남도 대구 출신 유튜버 강민지 씨

표준어보다 못한 것 같은, 교양 없는 것 같은 편견이 있는 사투리.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소신애 교수는 표준어 정의에서의 서울은 어디까지나 서울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대표성으로 인해 서울을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지 그 밖의 지역의 말을 써서는 안 된다거나 그 밖의 지역의 말이 교양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한, 서울말 자체가 표준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서울말에도 사투리가 존재하고 표준어 안에는 서울말이 아닌 다른 지역의 방언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소중한 우리말, 다양한 사투리의 차이는?

제주도 방언은 어휘나 발음에 있어 서울말과 차이가 가장 큰 방언으로 제주도 사람이 아니면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의 보수적인 방언입니다.

강원도는 산이 많은 지역으로 산길을 넘는 것같이 말의 높낮이를 붙이는 것이 특징이고, 전라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말의 높낮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특색이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는 성조가 유지되며 말의 높낮이에 따라 리듬을 타며 빠른 말투가 특징입니다.

충청도의 경우 서울에서 가깝기에 단어 사용에 있어서는 서울말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특유의 느긋함과 돌려 말하기를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기획특별전 전시 중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기획특별전 전시 중

사투리란 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 토착하여 사용되어 온 것이기에 그 지역의 자연 지리적인 환경, 문화, 전통, 정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언어 다양성의 측면과 아울러 문화 다양성의 측면에서 우리 사투리는 지켜야 하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 사투리의 死투리화

현재 사투리는 서서히 소멸 중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조사 결과에(2020 국민의 언어 의식조사) 따르면 표준어 사용 비율이 56.7%로, 절반 이상의 국민이 평소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국민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표준어와 사투리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40.6%)하다'고 생각하며, 다음으로 '기본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하고 사투리는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26.9%)하다'고 답했습니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눈 사투리 사용자들도 사투리의 억양이 가면 갈수록 옅어지고 있으며 단어 사용 등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합니다.

출처 국립국어원 2020 국민의 언어 의식조사 결과출처 국립국어원 2020 국민의 언어 의식조사 결과

사투리의 '모던'과 '클래식'을 나누며 전라도 사투리를 소개한 김원재 씨는 '귄'있다는 클래식 사투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이 든 할머니들이 예쁜 손자를 볼 때 "오매, 귄이 짝짝 흘러부러잉" 이라고 하지만 모던 사투리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중 사투리 퀴즈 일부 발췌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중 사투리 퀴즈 일부 발췌

계속해서 소멸해 가는 우리말 사투리. 소신애 교수는 "교육의 영향, 매체의 영향, 교통통신의 발달로 인해 전국적으로 표준어 화가 급속하게 진행이 됐고 지역 방언은 상당히 쇠퇴했다"고 말합니다.

소 씨는 "사용하지 않으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죠. 언어 다양성, 더 크게는 문화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방언을 다양하게 갖고 있는 것이 우리 한국의 다양성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방언이 소멸하면 다양성 감소와 함께 문화적 자산이 소멸하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소멸하고 있는 우리말, 사투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분들과도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 안녕하시소, 사투리 강의 하러 왔심더

파란 생활한복을 차려입은 강민지 씨는 칠판 앞에서 '진짜 대구.경북 사투리 강의'를 하며 영상을 촬영합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 사투리 강의 콘텐츠를 촬영 중인 서솔(좌), 강민지(우) 씨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 사투리 강의 콘텐츠를 촬영 중인 서솔(좌), 강민지(우) 씨

"이른바 '미디어 사투리'라고 하는데, 배우들이 사투리를 배워서 찍는 콘텐츠 속 사투리와 진짜 네이티브 사투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고자 시작했어요"

'오빠야 ~' 미디어에서 흔히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여성들이 많이 하는 말입니다.

강민지 씨는 "오빠야는 거의 쓰지 않아요. 쓴다고 해도 애교 섞인 말투가 아니라 호칭으로써 사용합니다."라며 미디어 속 사투리를 꼬집습니다.

그녀가 올린 영상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는데요.

"사투리 강의는 처음이다", "이게 진짜다", "그간 잘못된 사투리 사용을 반성한다" 등 영상을 즐겁게 시청했다는 반응이 넘쳤습니다.

상황극처럼 예문을 준비해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말한다'고 가르쳐주는 형식의 제대로 된 사투리 콘텐츠의 탄생을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것 같다고 그녀는 전했습니다.

유튜브 하말넘많 사투리 강의 댓글 캡처유튜브 하말넘많 사투리 강의 댓글 캡처

"사람들이 이렇게 사투리에 관심이 많은 줄 몰랐어요. 시원해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댓글을 보니 자기가 쓰는 말을 희화하지 않고 정확히 특징을 짚어주는 것을 많은 분들이 기다리셨더라고요. 5년 후 사투리가 소멸한다면, 제대로 된 사투리 콘텐츠를 통해서 15년, 20년은 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충청도 사람이 쓴 충청도 말 사전

충남 예산의 이명재 시인은 직접 사투리 사전을 집필했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말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충청도 말을 후대에 남기고자 시작한 일이라고 밝힌 그는 <충청남도 예산말 사전> 4권, <속 터지는 충정말> 등을 펴냈습니다.

이명재 시인이 펴낸 책들이명재 시인이 펴낸 책들

"내 말이니까. 내 말은 내가 쓰는 거고, 나를 형성시키는 근간인디. 사전을 왜 만드냐구요? 내꺼니까 하죠."

이 씨는 충청말의 특징이 '돌려 말하기'라고 설명합니다.

"충청도 사람들은 집이 지저분하면, 더럽다고 하지 않아요. 아이고 이 집 안에 가정부 둬야겠어. 이렇게 말해요, 그런데 이런 맥락 파악을 하지 못하면 대화가 끊어지는 거예요."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서 이야기함으로서 상대방에게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말은 문화를 품고 있다고 하는 이명재 씨.

"충청도의 역사는 충청도의 언어 속에 다 담겨있어요. 충청도 사람들은 표준말을 서울에서 써도 뭔가 느긋한 걸 가져요."

이 씨는 충청도의 돌려 말하기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휴식을 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말이 될 수 있다고 전합니다.

사투리가 사라진다면, 사투리의 이런 기질적인, 문화적인 측면들이 금세 희석돼 버리기 때문에 사투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켜야 한다고 하는 이 씨.

그는 예산말 사전 5권을 집필 중이며 충청말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死투리 ? 사투리 !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 제4조에는 '지역어 보전을 통한 국어 발전과 보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명시했습니다.

생태계에서 종의 다양성이 그 생태계를 더 풍요롭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케 하는 것처럼, 언어도 다양한 사투리의 존재가 한국어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기획특별전의 한 문구.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기획특별전의 한 문구.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국립국어원은 '지역어 종합 정보' 온라인 누리집을 운영하고 있고, 표준 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이라는 개방형 언어 사전을 통해 많은 방언들을 등록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지역어 종합 정보 누리집국립국어원 지역어 종합 정보 누리집

쓰지 않는 언어는 자연스럽게 소멸합니다.

인위적으로 사투리를 지우는 일, 촌스럽다고 사투리를 고치라고 강요하는 것은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이상으로 미디어와 개인이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말 死투리의 생(生)은 계속될 것입니다.

(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10월 13일까지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를 통해 전국 사투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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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사투리는 소멸 중입니다” 사투리가 死투리로…
    • 입력 2024-10-09 08: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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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시소
안녕하드래요?
안녕하세유
안녕하세요

모두 같은 '우리말'이지만,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입니다.

지역 고유의 문화, 역사 그리고 생활 습관을 담고 있는 지역 사투리는 소멸의 위험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9일, 제578돌을 맞이한 한글날을 기념하여 KBS 취재진이 사투리의 가치를 알아보았습니다.

■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은 표준어?

표준어는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로 전 국민이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단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렇다면 위 영상에서 본 사투리는 교양 없다는 뜻일까요?

"대학교 갔을 때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그래갖고 강원도 정선에서 온 최유진인데요. 이렇게 했다가 사람들이 자꾸 따라 하는 거예요 "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국악인 최유진 씨의 경험담입니다. 사투리 억양이 묻어난 말투로 자기소개를 해 놀림을 받은 경험은 비단 그녀만의 것이 아닙니다.

강원도 정선 출신 국악인 최유진씨
대구광역시가 고향인 유튜버 강민지 씨 역시 "고향이 어디야? 사투리 언제 고쳐?"라는 질문은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할 때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경상남도 대구 출신 유튜버 강민지 씨
표준어보다 못한 것 같은, 교양 없는 것 같은 편견이 있는 사투리.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소신애 교수는 표준어 정의에서의 서울은 어디까지나 서울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대표성으로 인해 서울을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지 그 밖의 지역의 말을 써서는 안 된다거나 그 밖의 지역의 말이 교양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한, 서울말 자체가 표준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서울말에도 사투리가 존재하고 표준어 안에는 서울말이 아닌 다른 지역의 방언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소중한 우리말, 다양한 사투리의 차이는?

제주도 방언은 어휘나 발음에 있어 서울말과 차이가 가장 큰 방언으로 제주도 사람이 아니면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의 보수적인 방언입니다.

강원도는 산이 많은 지역으로 산길을 넘는 것같이 말의 높낮이를 붙이는 것이 특징이고, 전라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말의 높낮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특색이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는 성조가 유지되며 말의 높낮이에 따라 리듬을 타며 빠른 말투가 특징입니다.

충청도의 경우 서울에서 가깝기에 단어 사용에 있어서는 서울말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특유의 느긋함과 돌려 말하기를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기획특별전 전시 중
사투리란 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 토착하여 사용되어 온 것이기에 그 지역의 자연 지리적인 환경, 문화, 전통, 정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언어 다양성의 측면과 아울러 문화 다양성의 측면에서 우리 사투리는 지켜야 하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 사투리의 死투리화

현재 사투리는 서서히 소멸 중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조사 결과에(2020 국민의 언어 의식조사) 따르면 표준어 사용 비율이 56.7%로, 절반 이상의 국민이 평소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국민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표준어와 사투리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40.6%)하다'고 생각하며, 다음으로 '기본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하고 사투리는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26.9%)하다'고 답했습니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눈 사투리 사용자들도 사투리의 억양이 가면 갈수록 옅어지고 있으며 단어 사용 등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합니다.

출처 국립국어원 2020 국민의 언어 의식조사 결과
사투리의 '모던'과 '클래식'을 나누며 전라도 사투리를 소개한 김원재 씨는 '귄'있다는 클래식 사투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이 든 할머니들이 예쁜 손자를 볼 때 "오매, 귄이 짝짝 흘러부러잉" 이라고 하지만 모던 사투리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중 사투리 퀴즈 일부 발췌
계속해서 소멸해 가는 우리말 사투리. 소신애 교수는 "교육의 영향, 매체의 영향, 교통통신의 발달로 인해 전국적으로 표준어 화가 급속하게 진행이 됐고 지역 방언은 상당히 쇠퇴했다"고 말합니다.

소 씨는 "사용하지 않으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죠. 언어 다양성, 더 크게는 문화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방언을 다양하게 갖고 있는 것이 우리 한국의 다양성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방언이 소멸하면 다양성 감소와 함께 문화적 자산이 소멸하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소멸하고 있는 우리말, 사투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분들과도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 안녕하시소, 사투리 강의 하러 왔심더

파란 생활한복을 차려입은 강민지 씨는 칠판 앞에서 '진짜 대구.경북 사투리 강의'를 하며 영상을 촬영합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 사투리 강의 콘텐츠를 촬영 중인 서솔(좌), 강민지(우) 씨
"이른바 '미디어 사투리'라고 하는데, 배우들이 사투리를 배워서 찍는 콘텐츠 속 사투리와 진짜 네이티브 사투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고자 시작했어요"

'오빠야 ~' 미디어에서 흔히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여성들이 많이 하는 말입니다.

강민지 씨는 "오빠야는 거의 쓰지 않아요. 쓴다고 해도 애교 섞인 말투가 아니라 호칭으로써 사용합니다."라며 미디어 속 사투리를 꼬집습니다.

그녀가 올린 영상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는데요.

"사투리 강의는 처음이다", "이게 진짜다", "그간 잘못된 사투리 사용을 반성한다" 등 영상을 즐겁게 시청했다는 반응이 넘쳤습니다.

상황극처럼 예문을 준비해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말한다'고 가르쳐주는 형식의 제대로 된 사투리 콘텐츠의 탄생을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것 같다고 그녀는 전했습니다.

유튜브 하말넘많 사투리 강의 댓글 캡처
"사람들이 이렇게 사투리에 관심이 많은 줄 몰랐어요. 시원해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댓글을 보니 자기가 쓰는 말을 희화하지 않고 정확히 특징을 짚어주는 것을 많은 분들이 기다리셨더라고요. 5년 후 사투리가 소멸한다면, 제대로 된 사투리 콘텐츠를 통해서 15년, 20년은 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충청도 사람이 쓴 충청도 말 사전

충남 예산의 이명재 시인은 직접 사투리 사전을 집필했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말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충청도 말을 후대에 남기고자 시작한 일이라고 밝힌 그는 <충청남도 예산말 사전> 4권, <속 터지는 충정말> 등을 펴냈습니다.

이명재 시인이 펴낸 책들
"내 말이니까. 내 말은 내가 쓰는 거고, 나를 형성시키는 근간인디. 사전을 왜 만드냐구요? 내꺼니까 하죠."

이 씨는 충청말의 특징이 '돌려 말하기'라고 설명합니다.

"충청도 사람들은 집이 지저분하면, 더럽다고 하지 않아요. 아이고 이 집 안에 가정부 둬야겠어. 이렇게 말해요, 그런데 이런 맥락 파악을 하지 못하면 대화가 끊어지는 거예요."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서 이야기함으로서 상대방에게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말은 문화를 품고 있다고 하는 이명재 씨.

"충청도의 역사는 충청도의 언어 속에 다 담겨있어요. 충청도 사람들은 표준말을 서울에서 써도 뭔가 느긋한 걸 가져요."

이 씨는 충청도의 돌려 말하기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휴식을 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말이 될 수 있다고 전합니다.

사투리가 사라진다면, 사투리의 이런 기질적인, 문화적인 측면들이 금세 희석돼 버리기 때문에 사투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켜야 한다고 하는 이 씨.

그는 예산말 사전 5권을 집필 중이며 충청말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死투리 ? 사투리 !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 제4조에는 '지역어 보전을 통한 국어 발전과 보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명시했습니다.

생태계에서 종의 다양성이 그 생태계를 더 풍요롭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케 하는 것처럼, 언어도 다양한 사투리의 존재가 한국어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 기획특별전의 한 문구.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국립국어원은 '지역어 종합 정보' 온라인 누리집을 운영하고 있고, 표준 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이라는 개방형 언어 사전을 통해 많은 방언들을 등록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지역어 종합 정보 누리집
쓰지 않는 언어는 자연스럽게 소멸합니다.

인위적으로 사투리를 지우는 일, 촌스럽다고 사투리를 고치라고 강요하는 것은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이상으로 미디어와 개인이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말 死투리의 생(生)은 계속될 것입니다.

(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10월 13일까지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를 통해 전국 사투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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