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끊고 갑자기 ‘천둥 효과음’…북한TV ‘태풍 특보’ 보니

입력 2020.08.27 (16:38) 수정 2020.08.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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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대동강변에서 태풍 특보 방송 중인 북한 조선중앙TV 기자

평양 대동강변에서 태풍 특보 방송 중인 북한 조선중앙TV 기자

방송 중간에 갑자기 웬 천둥소리?

오늘 아침 6시쯤 조선중앙TV 방송을 수신하는 전용 모니터에서 갑자기 천둥 소리가 났습니다. 방송 사고인가 했더니 '태풍 특보'를 시작한다는 알림 효과음이었습니다. 이 천둥 효과음은 몇 번 더 울리다 사라졌지만 조선중앙TV는 정규 방송 도중에도 10분~20분 간격으로 중간중간 방송을 끊고 '태풍 특보'를 전달하길 반복했습니다.

북한 수문기상국은 예상보다 1시간 빨리 태풍이 북상해 새벽 5시 황해남도 용연 반도에 도달했다고 전했는데, 조선중앙TV의 대응도 빨라진 것입니다. 태풍 이동 경로와 해당 지역의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전했는데 촬영 이후 방송까지 시차가 불과 1~2시간 밖에 나지 않았을 정도로 이례적인 실시간 보도였습니다.

북한이 재난 방송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북한을 강타했을 때 국가재해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조선중앙TV도 사실상 재난방송을 실시하며 태풍의 경로와 위력 등을 상세히 전했지만, 이번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해 기상정보를 전달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은 어제 오전 9시부터 태풍 상황과 대응 요령에 대한 특별방송을 편성한 이후 오늘 오전까지 실시간으로 태풍 이동 경로와 피해 상황을 전했는데요. 8호 태풍 '바비'에 확 달라진 북한의 재난방송, 뜯어봤습니다.

■ 태풍 이동 경로 따라 지역별 피해 상황도 실시간으로

조선중앙TV 태풍 특보 방송 조선중앙TV 태풍 특보 방송

북한 조선중앙TV에선 태풍 '바비'의 영향권에 가장 먼저 들어간 황해남도 옹진군과 해주시 상황이 전파를 탔습니다. 7시 기준 옹진군에는 최대 풍속 35m/s의 강풍이 불면서 전신주와 가로수가 쓰러지고 건물 외벽과 창문이 파손됐습니다. 누적 강수량은 80mm로 집계됐는데 농경지가 침수되고 피해도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 태풍 특보 방송조선중앙TV 태풍 특보 방송

태풍이 북진하면서 8시 뉴스에는 황해북도 북서쪽 사리원시의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강풍에 랜드마크인 사리원백화점 외벽이 뜯겨나간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강풍으로 외벽이 뜯겨져 나간 사리원백화점 강풍으로 외벽이 뜯겨져 나간 사리원백화점

태풍이 오전 8시 남포 앞바다를 지나면서 남포시와 평양시에도 거센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남포시내 곳곳이 침수돼 어른 무릎 아래까지 물이 차고 교통이 마비된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폭우로 물에 잠긴 남포 시내 폭우로 물에 잠긴 남포 시내

■ 취재진의 현장중계도 등장

앵커멘트와 기자 리포트로 이뤄지는 우리 방송 형식과 달리 북한 방송은 아나운서 멘트로만 이뤄지는데요. 이번에는 취재진이 등장했습니다. 태풍이 8시 남포 앞바다를 지나면서 남포시와 평양시에도 거센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비바람을 맞으며 태풍의 위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이례적입니다.


■ 김정은 위원장 지시에 발 빠르게 대응했나?

통일부 당국자도 이같은 북한의 재난방송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북한도 태풍 예방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는데요. 이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인민과 경제, 모든 부문에서 태풍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게 즉시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오늘 방송에서는 피해 상황과 함께 간부들이 태풍 피해에 즉각 대응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사리원시와 남포시 인민위원회 위원장들이 등장해 "책임일꾼(간부)과 비상기동조들이 현지에 내려가서 필요한 대책을 하나하나 세워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지역의 당 비서 다음 직위의 행정경제 간부들입니다. 지역의 2인자인 셈인데, 비를 맞아가며 현장에 나와 있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것입니다.

또, 통상 재난상황이 안팎에 전해지는 것을 꺼리던 북한은 오늘은 방송을 통해 피해 상황을 실시간 공개했는데 앞으로 복구 상황도 내보일 지 관심입니다.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에서 수해 복구 과정에서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공개 지시한 데 이어 오늘 노동신문은 1면 사설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장마, 태풍 피해 복구 등 난제가 산적하지만 자력갱생으로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명확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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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끊고 갑자기 ‘천둥 효과음’…북한TV ‘태풍 특보’ 보니
    • 입력 2020-08-27 16:38:00
    • 수정2020-08-27 17:56:26
    취재K

평양 대동강변에서 태풍 특보 방송 중인 북한 조선중앙TV 기자

방송 중간에 갑자기 웬 천둥소리?

오늘 아침 6시쯤 조선중앙TV 방송을 수신하는 전용 모니터에서 갑자기 천둥 소리가 났습니다. 방송 사고인가 했더니 '태풍 특보'를 시작한다는 알림 효과음이었습니다. 이 천둥 효과음은 몇 번 더 울리다 사라졌지만 조선중앙TV는 정규 방송 도중에도 10분~20분 간격으로 중간중간 방송을 끊고 '태풍 특보'를 전달하길 반복했습니다.

북한 수문기상국은 예상보다 1시간 빨리 태풍이 북상해 새벽 5시 황해남도 용연 반도에 도달했다고 전했는데, 조선중앙TV의 대응도 빨라진 것입니다. 태풍 이동 경로와 해당 지역의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전했는데 촬영 이후 방송까지 시차가 불과 1~2시간 밖에 나지 않았을 정도로 이례적인 실시간 보도였습니다.

북한이 재난 방송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북한을 강타했을 때 국가재해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조선중앙TV도 사실상 재난방송을 실시하며 태풍의 경로와 위력 등을 상세히 전했지만, 이번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해 기상정보를 전달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은 어제 오전 9시부터 태풍 상황과 대응 요령에 대한 특별방송을 편성한 이후 오늘 오전까지 실시간으로 태풍 이동 경로와 피해 상황을 전했는데요. 8호 태풍 '바비'에 확 달라진 북한의 재난방송, 뜯어봤습니다.

■ 태풍 이동 경로 따라 지역별 피해 상황도 실시간으로

조선중앙TV 태풍 특보 방송
북한 조선중앙TV에선 태풍 '바비'의 영향권에 가장 먼저 들어간 황해남도 옹진군과 해주시 상황이 전파를 탔습니다. 7시 기준 옹진군에는 최대 풍속 35m/s의 강풍이 불면서 전신주와 가로수가 쓰러지고 건물 외벽과 창문이 파손됐습니다. 누적 강수량은 80mm로 집계됐는데 농경지가 침수되고 피해도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 태풍 특보 방송
태풍이 북진하면서 8시 뉴스에는 황해북도 북서쪽 사리원시의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강풍에 랜드마크인 사리원백화점 외벽이 뜯겨나간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강풍으로 외벽이 뜯겨져 나간 사리원백화점
태풍이 오전 8시 남포 앞바다를 지나면서 남포시와 평양시에도 거센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남포시내 곳곳이 침수돼 어른 무릎 아래까지 물이 차고 교통이 마비된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폭우로 물에 잠긴 남포 시내
■ 취재진의 현장중계도 등장

앵커멘트와 기자 리포트로 이뤄지는 우리 방송 형식과 달리 북한 방송은 아나운서 멘트로만 이뤄지는데요. 이번에는 취재진이 등장했습니다. 태풍이 8시 남포 앞바다를 지나면서 남포시와 평양시에도 거센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비바람을 맞으며 태풍의 위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이례적입니다.


■ 김정은 위원장 지시에 발 빠르게 대응했나?

통일부 당국자도 이같은 북한의 재난방송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북한도 태풍 예방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는데요. 이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인민과 경제, 모든 부문에서 태풍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게 즉시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오늘 방송에서는 피해 상황과 함께 간부들이 태풍 피해에 즉각 대응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사리원시와 남포시 인민위원회 위원장들이 등장해 "책임일꾼(간부)과 비상기동조들이 현지에 내려가서 필요한 대책을 하나하나 세워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지역의 당 비서 다음 직위의 행정경제 간부들입니다. 지역의 2인자인 셈인데, 비를 맞아가며 현장에 나와 있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것입니다.

또, 통상 재난상황이 안팎에 전해지는 것을 꺼리던 북한은 오늘은 방송을 통해 피해 상황을 실시간 공개했는데 앞으로 복구 상황도 내보일 지 관심입니다.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에서 수해 복구 과정에서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공개 지시한 데 이어 오늘 노동신문은 1면 사설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장마, 태풍 피해 복구 등 난제가 산적하지만 자력갱생으로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명확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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