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고영주, 명예훼손 혐의 2심서 유죄…“발언내용 중대”

입력 2020.08.27 (12:39) 수정 2020.08.27 (17: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항소심에서는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최한돈)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오늘(27일) 1심 판결을 깨고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년 하례식에서,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말하거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허위 발언 등을 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7년 7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앞서 2018년 8월 1심 재판부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이 '구체적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가 항소해 지난해 1월부터 항소심 재판이 진행돼 왔습니다. 검사는 항소심에 이르러 당초 공소장에 없었던 고 전 이사장의 발언 내용 전체를 공소사실에 포함시키고, 허위사실 적시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재판부로부터 공소장 변경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 대부분이 형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거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발언은 검사의 주장대로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사실이 아닌 의견을 표명한 것뿐이라는 고 전 이사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발언 부분은 "불평불만에 지나지 않고 명예훼손죄를 구성할 만큼의 구체적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군사적 대치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더해 우리 사회의 내부 이념갈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발언 내용의 중대성과 그로 인해 초래된 피해자의 명예훼손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간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고 전 이사장의 과거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가 공산주의자라고 볼 만한 근거는 피고인(고 전 이사장)의 논리비약적 주장 외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라며 "오히려 피고인이 수사한 부림 사건 수사과정이 불법적 장기 구금 등으로 위법했다는 점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 전 이사장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문 대통령에 대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불법적 구금 수사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관해 결코 관용적이지도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피고인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가 형식적 법치주의 또는 자본방임이나 자본만능주의, 나아가서는 피고인이 부림 사건을 수사할 당시와 같이 '공산주의'라는 허울만 씌우면 어떤 인권유린도 용납되는 권위주의적 통치 질서를 의미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이미 오래된 일인 점, 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타격을 입힐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준비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미 낙선한 후 고 전 이사장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언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논란을 사전에 의식한 듯 판결 선고 전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 사건을 결론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며 "피해자로부터 어떠한 압력이라든가 이런 것은 받은 바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고 전 이사장은 판결 선고 직후 상고 의사를 밝혀,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고영주, 명예훼손 혐의 2심서 유죄…“발언내용 중대”
    • 입력 2020-08-27 12:39:02
    • 수정2020-08-27 17:47:08
    사회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항소심에서는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최한돈)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오늘(27일) 1심 판결을 깨고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년 하례식에서,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말하거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허위 발언 등을 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7년 7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앞서 2018년 8월 1심 재판부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이 '구체적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가 항소해 지난해 1월부터 항소심 재판이 진행돼 왔습니다. 검사는 항소심에 이르러 당초 공소장에 없었던 고 전 이사장의 발언 내용 전체를 공소사실에 포함시키고, 허위사실 적시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재판부로부터 공소장 변경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 대부분이 형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거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발언은 검사의 주장대로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사실이 아닌 의견을 표명한 것뿐이라는 고 전 이사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발언 부분은 "불평불만에 지나지 않고 명예훼손죄를 구성할 만큼의 구체적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군사적 대치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더해 우리 사회의 내부 이념갈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발언 내용의 중대성과 그로 인해 초래된 피해자의 명예훼손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간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고 전 이사장의 과거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가 공산주의자라고 볼 만한 근거는 피고인(고 전 이사장)의 논리비약적 주장 외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라며 "오히려 피고인이 수사한 부림 사건 수사과정이 불법적 장기 구금 등으로 위법했다는 점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 전 이사장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문 대통령에 대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불법적 구금 수사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관해 결코 관용적이지도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피고인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가 형식적 법치주의 또는 자본방임이나 자본만능주의, 나아가서는 피고인이 부림 사건을 수사할 당시와 같이 '공산주의'라는 허울만 씌우면 어떤 인권유린도 용납되는 권위주의적 통치 질서를 의미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이미 오래된 일인 점, 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타격을 입힐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준비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미 낙선한 후 고 전 이사장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언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논란을 사전에 의식한 듯 판결 선고 전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 사건을 결론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며 "피해자로부터 어떠한 압력이라든가 이런 것은 받은 바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고 전 이사장은 판결 선고 직후 상고 의사를 밝혀,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