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정상회담 무산…대표단 회담도 하루 연기

입력 2025.05.16 (04:04) 수정 2025.05.1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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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이목을 모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3년 만의 첫 '직접 협상'이 일단은 불발됐습니다.

양국 정상회담이 일찌감치 무산된 것은 물론, 현지 시각 어제(15일)로 예정된 협상 대표단 간 회담도 하루 연기됐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세부 계획상 이유로 이날 대표단 회동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현지 시각 오늘(16일)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오늘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 대표단과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회동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러시아 측은 애초 현지 시각 어제 오전 10시 회담이 시작된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한 뒤 오후부터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오후 9시까지 협상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를 제안하면서 이번 협상의 물꼬를 텄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온 제안인 데다 성사된다면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결렬된 협상 이후 3년 2개월 만에 열리는 첫 직접 협상입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끼리 만나자고 역제안하면서 양국 정상 간 '대좌'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중동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오늘 이스탄불에 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한때 3자 회동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협상단을 발표, 사실상 불참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에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 중이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15일 오후 이스탄불에는 자신이 가지 않고 협상 대표단만 파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측은 협상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만 되풀이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표단이 사실상 협상 권한이 없는 '장식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메딘스키 보좌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차관·국장급으로 구성됐습니다. 로이터 통신도 러시아가 '2급 대표단'을 보냈다고 해설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대표단이 "자기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면서 "누가 장식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나. 광대? 패배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오후 뒤늦게 우메로프 장관을 단장으로, 정보·군·외교 당국 차관급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대표단과 직급을 맞춘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측은 협상의 '목표'를 두고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임무가 '휴전'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부터 이행하라고 지속해서 요구해왔습니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이번 이스탄불 대화가 2022년 중단된 협상의 연장선으로, '장기적 평화 구축'이 목표라고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놨습니다.

2022년 결렬된 협상 당시 러시아의 요구안은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으로 해석돼 우크라이나가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결국 오늘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사'를 자임하며 양측을 압박하고 나설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타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하는 전용기 기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회담과 관련,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안탈리아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16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자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나의 판단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 직접 소통하기 전에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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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6 04:04:25
    • 수정2025-05-16 04:04:49
    국제
전 세계 이목을 모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3년 만의 첫 '직접 협상'이 일단은 불발됐습니다.

양국 정상회담이 일찌감치 무산된 것은 물론, 현지 시각 어제(15일)로 예정된 협상 대표단 간 회담도 하루 연기됐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세부 계획상 이유로 이날 대표단 회동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현지 시각 오늘(16일)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오늘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 대표단과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회동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러시아 측은 애초 현지 시각 어제 오전 10시 회담이 시작된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한 뒤 오후부터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오후 9시까지 협상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를 제안하면서 이번 협상의 물꼬를 텄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온 제안인 데다 성사된다면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결렬된 협상 이후 3년 2개월 만에 열리는 첫 직접 협상입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끼리 만나자고 역제안하면서 양국 정상 간 '대좌'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중동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오늘 이스탄불에 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한때 3자 회동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협상단을 발표, 사실상 불참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에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 중이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15일 오후 이스탄불에는 자신이 가지 않고 협상 대표단만 파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측은 협상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만 되풀이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표단이 사실상 협상 권한이 없는 '장식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메딘스키 보좌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차관·국장급으로 구성됐습니다. 로이터 통신도 러시아가 '2급 대표단'을 보냈다고 해설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대표단이 "자기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면서 "누가 장식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나. 광대? 패배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오후 뒤늦게 우메로프 장관을 단장으로, 정보·군·외교 당국 차관급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대표단과 직급을 맞춘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측은 협상의 '목표'를 두고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임무가 '휴전'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부터 이행하라고 지속해서 요구해왔습니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이번 이스탄불 대화가 2022년 중단된 협상의 연장선으로, '장기적 평화 구축'이 목표라고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놨습니다.

2022년 결렬된 협상 당시 러시아의 요구안은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으로 해석돼 우크라이나가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결국 오늘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사'를 자임하며 양측을 압박하고 나설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타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하는 전용기 기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회담과 관련,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안탈리아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16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자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나의 판단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 직접 소통하기 전에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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