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도 죽은 사람…힘겨운 제자리 찾기”

입력 2025.04.01 (19:09) 수정 2025.04.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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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 회복을 기원하는 기획 보도 이어갑니다.

유전자 검사까지 하면서 어렵사리 부모와의 친생자 관계를 증명해 낸 고령의 딸이 있는데요.

부모의 딸이 맞다는 법원의 판단에도, 반쪽짜리 가족관계등록부에 여전히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7살 나이에 눈앞에서 부모와 형제를 잃고 총상을 입은 채 극적으로 살아난 할머니.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대신, 큰아버지 딸로 살아온 지 70여 년이 흘렀지만 단 한 번도 부모를 잊어본 적 없습니다.

[윤옥화/故 윤수학·박영심 친딸 : "지금도 어머니 아버지 얼굴은 훤해요. 아버지 키도 크고 어머니가 좀 살결이 검고."]

3년 전 국가가 생존 희생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을 받은 윤 할머니는 이 돈으로 친부모의 존재를 찾기로 했습니다.

무덤 속 유해와 DNA를 대조한 결과, 부모 모두와 99.9% 일치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소송과 인지 청구 소송을 거쳐 친생자 관계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법원에 가족관계등록창설을 신청한 사이, 주민등록이 말소되면서 모든 복지 서비스가 끊기고 병원도 다닐 수 없게 된 겁니다.

[윤옥화/故 윤수학·박영심 친딸 : "이제 주민등록도 두 달 동안 죽어버리고 아무것도 못 해요. 이건 진짜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잖아요."]

부모의 이름이 나란히 들어간 창설 허가 결정이 났지만, 어머니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주도에 혼인 관계 결정 신청을 하고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윤옥화/故 윤수학·박영심 친딸 : "나도 지금 여든넷이에요. 그래서 나 죽기 전에 그걸 뭐 해야 하는데 지금 아주 막막해요. 막막해요."]

유전자 검사부터 재판까지 복잡한 절차를 돕고 있는 보증인도 답답하긴 마찬가집니다.

[고완순/전 북촌4·3유족회장 : "시작했으면 마무리를 지어주는 것이 저의 책임도 있잖아요. 저도 지금 나이가 87인데 뭐 인명은 재천이라고 언제 뭐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르잖아요."]

저물어가는 이들을 위해 정부와 제주도가 조금 더 속도를 내주길 바랄 뿐입니다.

[고완순/전 북촌4·3유족회장 : "이것이 빨리 지금 진행이 안 되고 있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만드니까. 좀 빨리 직원이라도 좀 더 채용해서 빨리 좀 마무리를 해주십사."]

윤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이북 출신인 어머니까지 반드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살게 할 계획입니다.

[윤옥화/故 윤수학·박영심 친딸 : "남들은 뭐 하러 지금 나이도 있고 한데 어머니 아버지 찾으려고 하느냐 맨날 그냥 살던 대로 살라고 해도 어머니가 이 세상에 왔다 간 보람이 없으니까. 내 목숨 닿는 날까지 어머니 아버지를 찾겠다는 그 결심밖에 없어요."]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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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도 죽은 사람…힘겨운 제자리 찾기”
    • 입력 2025-04-01 19:09:39
    • 수정2025-04-01 20:03:20
    뉴스7(제주)
[앵커]

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 회복을 기원하는 기획 보도 이어갑니다.

유전자 검사까지 하면서 어렵사리 부모와의 친생자 관계를 증명해 낸 고령의 딸이 있는데요.

부모의 딸이 맞다는 법원의 판단에도, 반쪽짜리 가족관계등록부에 여전히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7살 나이에 눈앞에서 부모와 형제를 잃고 총상을 입은 채 극적으로 살아난 할머니.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대신, 큰아버지 딸로 살아온 지 70여 년이 흘렀지만 단 한 번도 부모를 잊어본 적 없습니다.

[윤옥화/故 윤수학·박영심 친딸 : "지금도 어머니 아버지 얼굴은 훤해요. 아버지 키도 크고 어머니가 좀 살결이 검고."]

3년 전 국가가 생존 희생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을 받은 윤 할머니는 이 돈으로 친부모의 존재를 찾기로 했습니다.

무덤 속 유해와 DNA를 대조한 결과, 부모 모두와 99.9% 일치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소송과 인지 청구 소송을 거쳐 친생자 관계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법원에 가족관계등록창설을 신청한 사이, 주민등록이 말소되면서 모든 복지 서비스가 끊기고 병원도 다닐 수 없게 된 겁니다.

[윤옥화/故 윤수학·박영심 친딸 : "이제 주민등록도 두 달 동안 죽어버리고 아무것도 못 해요. 이건 진짜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잖아요."]

부모의 이름이 나란히 들어간 창설 허가 결정이 났지만, 어머니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주도에 혼인 관계 결정 신청을 하고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윤옥화/故 윤수학·박영심 친딸 : "나도 지금 여든넷이에요. 그래서 나 죽기 전에 그걸 뭐 해야 하는데 지금 아주 막막해요. 막막해요."]

유전자 검사부터 재판까지 복잡한 절차를 돕고 있는 보증인도 답답하긴 마찬가집니다.

[고완순/전 북촌4·3유족회장 : "시작했으면 마무리를 지어주는 것이 저의 책임도 있잖아요. 저도 지금 나이가 87인데 뭐 인명은 재천이라고 언제 뭐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르잖아요."]

저물어가는 이들을 위해 정부와 제주도가 조금 더 속도를 내주길 바랄 뿐입니다.

[고완순/전 북촌4·3유족회장 : "이것이 빨리 지금 진행이 안 되고 있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만드니까. 좀 빨리 직원이라도 좀 더 채용해서 빨리 좀 마무리를 해주십사."]

윤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이북 출신인 어머니까지 반드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살게 할 계획입니다.

[윤옥화/故 윤수학·박영심 친딸 : "남들은 뭐 하러 지금 나이도 있고 한데 어머니 아버지 찾으려고 하느냐 맨날 그냥 살던 대로 살라고 해도 어머니가 이 세상에 왔다 간 보람이 없으니까. 내 목숨 닿는 날까지 어머니 아버지를 찾겠다는 그 결심밖에 없어요."]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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