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1,600여 명 숨졌는데…처벌은 2% [낮은곳 향하는 죽음]②
입력 2025.02.26 (09:54)
수정 2025.02.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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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 책임자도 처벌"… 중대재해처벌법 3년, 현실은?
'이 법은…(중략)…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 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제1조에 규정된 내용입니다. 산업 현장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의 최고 책임자에게도 법률상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 조항을 만들어, 스스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중대재해법이 처음 시행된 지 어느덧 만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법의 목적은 얼마나 달성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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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간 노동자 1,600여 명 숨졌는데… 처벌은 2% 불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던 2022년 2월 24일, 충북 보은군의 한 제조업체에서 70대 하청 업체 근로자가 숨졌습니다.
당시 작업 도중 하청업체 대표의 크레인 오조작으로 근로자가 기계 설비에 끼이는 사고가 난 겁니다.
법 시행 후 충북 지역의 첫 중대재해 사고였습니다.
사고 발생 2년 6개월 뒤, 사고가 난 제조업체 대표이사는 법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벌금 3천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원청업체 대표이사가 전담 조직 설치나 위험 요인 개선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이런 조치들이 발 빠르게 이뤄졌다면,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 거라고 본 겁니다.
다만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조치를 다 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사고 이후에나마 안전 확보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2022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진 중대재해 조사 대상 사고는 지난해 3분기까지 통계로 확인되는 것만 1,606건에 달합니다. 이로 인해 근로자 1,685명이 일터에서 숨졌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경영 책임자 등이 재판까지 넘겨진 건 지난해 말 기준, 70여 건에 불과합니다. 또 지난해 말까지 1심 판결이 나온 사고는 31건에 그쳤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전체 중대재해 조사 대상 사고의 2% 정도만 처벌이 이뤄진 겁니다.
이마저도 엄벌로 이어진 사례는 적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선고가 이뤄진 중대재해 사건 31건 가운데 경영 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 고작 4건이었습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과 무죄 선고가 각각 2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실형이 선고된 4건도 과거 비슷한 사고가 있었거나,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사고 관련 전과가 있는 등 '가중 처벌'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에게는 1심에서 징역 1년 또는 2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렇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영 책임자 대부분은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에 그치고 있습니다.

■ 노동계·경영계·법조계 모두 "법 실효성 의문"
중대재해법 시행 만 3년을 지난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 법조계까지 저마다 방향은 다르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법 시행 3년을 맞아 낸 성명에서 중대재해 사고 조사, 수사, 재판이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꼬집으며 "오로지 잊히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수 명이 죽어 나가고 법 위반이 드러나도 경영 책임자는 죄가 없다며 노동부의 내사 종결, 검찰의 불기소, 법원의 무죄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법의 제정 취지 자체를 몰각하고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과로사·직업성 질병 사망 등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확대 등을 요구했습니다.
경영계에서는 정반대 이유로, 중대재해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의 불명확성과 모호성으로 법 적용 및 해석에 많은 논란이 존재해, 법원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수사기관의 해석과 판단이 여과 없이 인정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 사고 대부분은 현장의 안전조치 위반, 작업자의 안전 수칙 미준수로 발생하는데 경영 책임자에게 지나치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청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해서도 "지배·관리 권한이 적은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는 것은 '형벌의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중대재해법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례가 많지 않은 데다, '해석의 여지'를 남긴 모호한 법 조항 탓에 검찰 등 수사기관, 변호사, 법원까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에도 여러 미비한 점을 시행령 등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현재 법령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엄벌 사례를 남기느냐에 따라 법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면서 "여전히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하한형 위주의 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시민재해 기소는 단 1건… 책임자 의무 범위 등 논란
한편 산업재해가 아닌, '중대 시민재해'로는 2023년 여름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가 첫 번째 기소 사건이 됐습니다.
미호강 범람과 침수 등 참사를 일으킨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부실한 임시제방'과 관련해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반면 '사전 통제에 실패한 지하차도'의 관리 책임자인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는 평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를 두고도 최고 책임자의 의무는 어디까지인지, 시설물 관리권에 대한 다른 법령과의 해석 충돌 등을 두고 당사자들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낮은곳 향하는 죽음]① 중대재해 처벌 강화했는데…여전히 위험한 일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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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5-02-26 09: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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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 책임자도 처벌"… 중대재해처벌법 3년, 현실은?
'이 법은…(중략)…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 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제1조에 규정된 내용입니다. 산업 현장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의 최고 책임자에게도 법률상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 조항을 만들어, 스스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중대재해법이 처음 시행된 지 어느덧 만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법의 목적은 얼마나 달성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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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간 노동자 1,600여 명 숨졌는데… 처벌은 2% 불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던 2022년 2월 24일, 충북 보은군의 한 제조업체에서 70대 하청 업체 근로자가 숨졌습니다.
당시 작업 도중 하청업체 대표의 크레인 오조작으로 근로자가 기계 설비에 끼이는 사고가 난 겁니다.
법 시행 후 충북 지역의 첫 중대재해 사고였습니다.
사고 발생 2년 6개월 뒤, 사고가 난 제조업체 대표이사는 법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벌금 3천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원청업체 대표이사가 전담 조직 설치나 위험 요인 개선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이런 조치들이 발 빠르게 이뤄졌다면,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 거라고 본 겁니다.
다만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조치를 다 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사고 이후에나마 안전 확보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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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022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진 중대재해 조사 대상 사고는 지난해 3분기까지 통계로 확인되는 것만 1,606건에 달합니다. 이로 인해 근로자 1,685명이 일터에서 숨졌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경영 책임자 등이 재판까지 넘겨진 건 지난해 말 기준, 70여 건에 불과합니다. 또 지난해 말까지 1심 판결이 나온 사고는 31건에 그쳤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전체 중대재해 조사 대상 사고의 2% 정도만 처벌이 이뤄진 겁니다.
이마저도 엄벌로 이어진 사례는 적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선고가 이뤄진 중대재해 사건 31건 가운데 경영 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 고작 4건이었습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과 무죄 선고가 각각 2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실형이 선고된 4건도 과거 비슷한 사고가 있었거나,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사고 관련 전과가 있는 등 '가중 처벌'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에게는 1심에서 징역 1년 또는 2년이 선고됐습니다.
이렇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영 책임자 대부분은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에 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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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경영계·법조계 모두 "법 실효성 의문"
중대재해법 시행 만 3년을 지난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 법조계까지 저마다 방향은 다르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법 시행 3년을 맞아 낸 성명에서 중대재해 사고 조사, 수사, 재판이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꼬집으며 "오로지 잊히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수 명이 죽어 나가고 법 위반이 드러나도 경영 책임자는 죄가 없다며 노동부의 내사 종결, 검찰의 불기소, 법원의 무죄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법의 제정 취지 자체를 몰각하고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과로사·직업성 질병 사망 등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확대 등을 요구했습니다.
경영계에서는 정반대 이유로, 중대재해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의 불명확성과 모호성으로 법 적용 및 해석에 많은 논란이 존재해, 법원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수사기관의 해석과 판단이 여과 없이 인정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 사고 대부분은 현장의 안전조치 위반, 작업자의 안전 수칙 미준수로 발생하는데 경영 책임자에게 지나치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청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해서도 "지배·관리 권한이 적은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는 것은 '형벌의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중대재해법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례가 많지 않은 데다, '해석의 여지'를 남긴 모호한 법 조항 탓에 검찰 등 수사기관, 변호사, 법원까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에도 여러 미비한 점을 시행령 등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현재 법령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엄벌 사례를 남기느냐에 따라 법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면서 "여전히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하한형 위주의 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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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재해 기소는 단 1건… 책임자 의무 범위 등 논란
한편 산업재해가 아닌, '중대 시민재해'로는 2023년 여름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가 첫 번째 기소 사건이 됐습니다.
미호강 범람과 침수 등 참사를 일으킨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부실한 임시제방'과 관련해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반면 '사전 통제에 실패한 지하차도'의 관리 책임자인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는 평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를 두고도 최고 책임자의 의무는 어디까지인지, 시설물 관리권에 대한 다른 법령과의 해석 충돌 등을 두고 당사자들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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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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