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돌려막기…믿고 맡기라던 ‘랩어카운트’의 민낯
입력 2025.02.20 (19:14)
수정 2025.02.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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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증권사가 고객과 1:1 계약을 맺고 한 사람씩 투자금을 따로 굴려주는 '랩어카운트'란 투자 상품이 있습니다.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수익을 내줄 테니 믿고 맡기란 상품인데, 실상은 아주 달랐습니다.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랩어카운트'란 상품명을 직역하면, '계좌'를 '싸다'란 뜻입니다.
주식, 채권, 펀드, 기업어음 등 여러 상품을 한 몸처럼 묶어서, 투자자 개개인의 독립 계좌에서 따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주 고객은 여윳돈이 있는 대기업이나 연기금, 자산가들.
한때 투자금이 150조 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돈이 몰리자, 증권사 간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인데도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줬고, 그 수익을 맞추기 위해 계약 내용에 없는 상품을 고객 몰래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였습니다.
시장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 가격은 급락했고, 채권형 랩어카운트는 손실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꼼수를 동원합니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 계좌에 든 기업어음을 다른 증권사에 시가보다 비싸게 팝니다.
동시에 만기가 더 남은 고객의 돈으로, 비슷한 기업어음을 역시 비싸게 사줍니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의 손실을 만기가 더 남은 고객에게 떠넘기는 눈속임입니다.
명백한 불법 거래지만, 레고랜드 여파가 컸던 2022년 하반기에만 증권사마다 많게는 수천 건씩 이런 거래를 했습니다.
[이복현/금감원장 : "(이번 건이) 문제 삼은 최초의 건이고 그리고 과징금 규모도 줄기는 했지만 상당히 고액이 나온 점 등에 비추어서, 투자 이익 침해 등을 볼 때 이게 가벼이 볼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적발된 증권사 9곳이 돌려막은 손실은 조 단위를 넘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9곳에 과태료 280억여 원을 부과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촬영기자:고형석/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이근희
증권사가 고객과 1:1 계약을 맺고 한 사람씩 투자금을 따로 굴려주는 '랩어카운트'란 투자 상품이 있습니다.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수익을 내줄 테니 믿고 맡기란 상품인데, 실상은 아주 달랐습니다.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랩어카운트'란 상품명을 직역하면, '계좌'를 '싸다'란 뜻입니다.
주식, 채권, 펀드, 기업어음 등 여러 상품을 한 몸처럼 묶어서, 투자자 개개인의 독립 계좌에서 따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주 고객은 여윳돈이 있는 대기업이나 연기금, 자산가들.
한때 투자금이 150조 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돈이 몰리자, 증권사 간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인데도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줬고, 그 수익을 맞추기 위해 계약 내용에 없는 상품을 고객 몰래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였습니다.
시장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 가격은 급락했고, 채권형 랩어카운트는 손실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꼼수를 동원합니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 계좌에 든 기업어음을 다른 증권사에 시가보다 비싸게 팝니다.
동시에 만기가 더 남은 고객의 돈으로, 비슷한 기업어음을 역시 비싸게 사줍니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의 손실을 만기가 더 남은 고객에게 떠넘기는 눈속임입니다.
명백한 불법 거래지만, 레고랜드 여파가 컸던 2022년 하반기에만 증권사마다 많게는 수천 건씩 이런 거래를 했습니다.
[이복현/금감원장 : "(이번 건이) 문제 삼은 최초의 건이고 그리고 과징금 규모도 줄기는 했지만 상당히 고액이 나온 점 등에 비추어서, 투자 이익 침해 등을 볼 때 이게 가벼이 볼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적발된 증권사 9곳이 돌려막은 손실은 조 단위를 넘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9곳에 과태료 280억여 원을 부과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촬영기자:고형석/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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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단위 돌려막기…믿고 맡기라던 ‘랩어카운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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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증권사가 고객과 1:1 계약을 맺고 한 사람씩 투자금을 따로 굴려주는 '랩어카운트'란 투자 상품이 있습니다.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수익을 내줄 테니 믿고 맡기란 상품인데, 실상은 아주 달랐습니다.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랩어카운트'란 상품명을 직역하면, '계좌'를 '싸다'란 뜻입니다.
주식, 채권, 펀드, 기업어음 등 여러 상품을 한 몸처럼 묶어서, 투자자 개개인의 독립 계좌에서 따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주 고객은 여윳돈이 있는 대기업이나 연기금, 자산가들.
한때 투자금이 150조 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돈이 몰리자, 증권사 간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인데도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줬고, 그 수익을 맞추기 위해 계약 내용에 없는 상품을 고객 몰래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였습니다.
시장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 가격은 급락했고, 채권형 랩어카운트는 손실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꼼수를 동원합니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 계좌에 든 기업어음을 다른 증권사에 시가보다 비싸게 팝니다.
동시에 만기가 더 남은 고객의 돈으로, 비슷한 기업어음을 역시 비싸게 사줍니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의 손실을 만기가 더 남은 고객에게 떠넘기는 눈속임입니다.
명백한 불법 거래지만, 레고랜드 여파가 컸던 2022년 하반기에만 증권사마다 많게는 수천 건씩 이런 거래를 했습니다.
[이복현/금감원장 : "(이번 건이) 문제 삼은 최초의 건이고 그리고 과징금 규모도 줄기는 했지만 상당히 고액이 나온 점 등에 비추어서, 투자 이익 침해 등을 볼 때 이게 가벼이 볼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적발된 증권사 9곳이 돌려막은 손실은 조 단위를 넘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9곳에 과태료 280억여 원을 부과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촬영기자:고형석/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이근희
증권사가 고객과 1:1 계약을 맺고 한 사람씩 투자금을 따로 굴려주는 '랩어카운트'란 투자 상품이 있습니다.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수익을 내줄 테니 믿고 맡기란 상품인데, 실상은 아주 달랐습니다.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랩어카운트'란 상품명을 직역하면, '계좌'를 '싸다'란 뜻입니다.
주식, 채권, 펀드, 기업어음 등 여러 상품을 한 몸처럼 묶어서, 투자자 개개인의 독립 계좌에서 따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주 고객은 여윳돈이 있는 대기업이나 연기금, 자산가들.
한때 투자금이 150조 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돈이 몰리자, 증권사 간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인데도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줬고, 그 수익을 맞추기 위해 계약 내용에 없는 상품을 고객 몰래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였습니다.
시장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 가격은 급락했고, 채권형 랩어카운트는 손실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꼼수를 동원합니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 계좌에 든 기업어음을 다른 증권사에 시가보다 비싸게 팝니다.
동시에 만기가 더 남은 고객의 돈으로, 비슷한 기업어음을 역시 비싸게 사줍니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의 손실을 만기가 더 남은 고객에게 떠넘기는 눈속임입니다.
명백한 불법 거래지만, 레고랜드 여파가 컸던 2022년 하반기에만 증권사마다 많게는 수천 건씩 이런 거래를 했습니다.
[이복현/금감원장 : "(이번 건이) 문제 삼은 최초의 건이고 그리고 과징금 규모도 줄기는 했지만 상당히 고액이 나온 점 등에 비추어서, 투자 이익 침해 등을 볼 때 이게 가벼이 볼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적발된 증권사 9곳이 돌려막은 손실은 조 단위를 넘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9곳에 과태료 280억여 원을 부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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