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커지는 조류충돌 위협…흑산공항 괜찮을까?

입력 2025.01.22 (19:55) 수정 2025.01.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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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직전, 날개 쪽에서 불꽃이 튄 기체.

엔진에서 깃털까지 발견되면서 참사의 1차 원인으로 '조류 충돌'이 꼽히고 있습니다.

주변에 철새도래지 4곳이 있는 무안공항의 위치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조류 충돌'이 항공 안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아직 지어지지 않은 신규 공항에 대한 걱정도 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철새 이동 경로에 있어 시선이 쏠리는 곳이 흑산도입니다.

흑산도에는 철새 휴게소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한반도를 통과하는 철새들이 남쪽으로 날아가며 꼭 들르는 중간 기착지인 만큼, 많고 또 다양한 새들이 발견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철새들이 얼마나 많은지, 2029년 개항이 목표인 흑산공항의 안전대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목포에서 배로 2시간 걸리는 흑산도.

육지를 오가는 유일한 수단은 쾌속선인데, 날씨 때문에 1년에 평균 30일 이상 배가 못 뜹니다.

생활 불편만 문제가 아니라 응급 환자 대응이 힘든 상황.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흑산공항 사업이 추진된 이유입니다.

[장일현/흑산도 이장 : "여기서 죽어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 비행기가 있어줌으로써 우리 흑산도에, 주민들의 생명의 보장권이 될 수 있지 않는가."]

환경 훼손 우려 등에 부딪혀 15년 가까이 표류하던 공항 건설.

우여곡절 끝에 2023년 1월 국립공원 해제 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이 가시화됐습니다.

공항 예정지는 흑산도 북동쪽 끝의 대봉산.

80인승 소규모 항공기가 취항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환경영향평가와 실시설계를 마치고 현재 기재부와 총사업비 협의 중입니다.

하지만, 여객기 참사 이후 조류 충돌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환경단체의 성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현장은 어떨까.

철새 이동이 뜸한 겨울인 만큼 대봉산 주변에는 새를 관찰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3킬로미터쯤 떨어진 바닷가로 이동하자, 오리 무리들이 헤엄치며 잠수를 하기도 하고, 잔잔한 바다 위에 비행하는 왜가리가 눈에 띄기도 합니다.

갯벌에는 먹이 활동을 하는 멸종위기종 2급 큰기러기도 있습니다.

주민들은 봄철이 되면 철새가 크게 늘어난다고 말합니다.

[심명자/마을 주민 : "물 반, 고기 반 할 정도로 새도 그럴 때가 있어요, 몰려다닐 때가. 그리고 또 없을 때는 어느날 보면 또 없어지고."]

여름철 시베리아에서 지내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는 철새들.

수천 킬로미터의 비행을 하다 마주치는 한반도 서남단의 흑산도는 철새들에게 휴식의 최적지입니다.

전문가들은 맹금류 등도 출몰하는 만큼 항공기와의 충돌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백운기/충남대 산림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조류학회장 : "(맹금류는) 기류를 따라서 움직이고 굉장히 높은 고도에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조류 충돌)위험성이 더하다라고 볼 수 있고, 봄, 가을 (철새) 이주 시기의 충돌 위험성이 굉장히 증가하기 때문에 흑산도 또한 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할 때는 이런 문제 제기가 없었을까.

찾아가는K 취재진이 환경영향평가 내용 전반을 분석한 결과, 조류 충돌은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환경부의 우려 제기와 국토부 등의 대안 마련이 반복된 주요 쟁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4년~15년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본안 모두에 대해 환경부는 "조류 충돌 위험이 상존하고 맹금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합니다.

서울지방항공청의 2023년 본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서도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철새 중간 기착지'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항공청은 보완서에서 '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 충돌 수'를 계산했는데, 그 결과는 최소값 3, 최댓값 10으로 운영 중인 공항 어느 곳보다도 월등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항공청은 실제 공항이 지어지면 서식 환경이 변화돼 수치는 현저히 감소할 거라고 했지만, 환경청은 마지막 협의서에서까지 재차 촘촘한 대책 마련을 주문합니다.

이에 신안군도 조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7년부터 대봉산 인근 5곳에 철새 대체 서식지를 마련 중입니다.

습지와 저수지 등에 먹이를 공급해 공항에서 떨어진 곳으로 서식지를 옮기도록 유도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대체 서식지의 기능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백운기/충남대 산림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조류학회장 : "철새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기존 경로하고 서식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래서 대체 서식지가 흑산공항 예정부지하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경우에는 철새들이 이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굉장히 높습니다."]

여기에 잦은 안개가 끼는 섬의 기상 조건, 소형 항공기가 도입되면서 조종사의 육안에 의존하는 '시계 비행'이 이뤄진다는 점도 위험 요소입니다.

이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에 한 대도 없는 조류 탐지 레이더 등의 장비 도입을 비롯해 철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요구됩니다.

[정원경/초당대 항공운항학과장 : "조류 탐지 레이더랑 그리고 열화상 카메라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설치돼야 될 것 같고요. 대량의 철새가 이동할 때 탐지가 돼서 미리 경로를 확인하기 때문에 조류 충돌을 방지할 수 있겠고요."]

흑산도와 홍도 섬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의료 사각지대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는 흑산공항.

공항 건설의 명분은 뚜렷하지만, 조류 충돌에 대한 우려도 당연합니다.

아직 총사업비 협의가 끝나지 않은 만큼, 불행한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착공 전 만반의 안전 대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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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22 19:55:29
    • 수정2025-01-22 20:14:19
    뉴스7(광주)
[앵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직전, 날개 쪽에서 불꽃이 튄 기체.

엔진에서 깃털까지 발견되면서 참사의 1차 원인으로 '조류 충돌'이 꼽히고 있습니다.

주변에 철새도래지 4곳이 있는 무안공항의 위치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조류 충돌'이 항공 안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아직 지어지지 않은 신규 공항에 대한 걱정도 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철새 이동 경로에 있어 시선이 쏠리는 곳이 흑산도입니다.

흑산도에는 철새 휴게소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한반도를 통과하는 철새들이 남쪽으로 날아가며 꼭 들르는 중간 기착지인 만큼, 많고 또 다양한 새들이 발견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철새들이 얼마나 많은지, 2029년 개항이 목표인 흑산공항의 안전대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목포에서 배로 2시간 걸리는 흑산도.

육지를 오가는 유일한 수단은 쾌속선인데, 날씨 때문에 1년에 평균 30일 이상 배가 못 뜹니다.

생활 불편만 문제가 아니라 응급 환자 대응이 힘든 상황.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흑산공항 사업이 추진된 이유입니다.

[장일현/흑산도 이장 : "여기서 죽어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 비행기가 있어줌으로써 우리 흑산도에, 주민들의 생명의 보장권이 될 수 있지 않는가."]

환경 훼손 우려 등에 부딪혀 15년 가까이 표류하던 공항 건설.

우여곡절 끝에 2023년 1월 국립공원 해제 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이 가시화됐습니다.

공항 예정지는 흑산도 북동쪽 끝의 대봉산.

80인승 소규모 항공기가 취항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환경영향평가와 실시설계를 마치고 현재 기재부와 총사업비 협의 중입니다.

하지만, 여객기 참사 이후 조류 충돌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환경단체의 성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현장은 어떨까.

철새 이동이 뜸한 겨울인 만큼 대봉산 주변에는 새를 관찰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3킬로미터쯤 떨어진 바닷가로 이동하자, 오리 무리들이 헤엄치며 잠수를 하기도 하고, 잔잔한 바다 위에 비행하는 왜가리가 눈에 띄기도 합니다.

갯벌에는 먹이 활동을 하는 멸종위기종 2급 큰기러기도 있습니다.

주민들은 봄철이 되면 철새가 크게 늘어난다고 말합니다.

[심명자/마을 주민 : "물 반, 고기 반 할 정도로 새도 그럴 때가 있어요, 몰려다닐 때가. 그리고 또 없을 때는 어느날 보면 또 없어지고."]

여름철 시베리아에서 지내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는 철새들.

수천 킬로미터의 비행을 하다 마주치는 한반도 서남단의 흑산도는 철새들에게 휴식의 최적지입니다.

전문가들은 맹금류 등도 출몰하는 만큼 항공기와의 충돌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백운기/충남대 산림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조류학회장 : "(맹금류는) 기류를 따라서 움직이고 굉장히 높은 고도에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조류 충돌)위험성이 더하다라고 볼 수 있고, 봄, 가을 (철새) 이주 시기의 충돌 위험성이 굉장히 증가하기 때문에 흑산도 또한 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할 때는 이런 문제 제기가 없었을까.

찾아가는K 취재진이 환경영향평가 내용 전반을 분석한 결과, 조류 충돌은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환경부의 우려 제기와 국토부 등의 대안 마련이 반복된 주요 쟁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4년~15년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본안 모두에 대해 환경부는 "조류 충돌 위험이 상존하고 맹금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합니다.

서울지방항공청의 2023년 본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서도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철새 중간 기착지'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항공청은 보완서에서 '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 충돌 수'를 계산했는데, 그 결과는 최소값 3, 최댓값 10으로 운영 중인 공항 어느 곳보다도 월등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항공청은 실제 공항이 지어지면 서식 환경이 변화돼 수치는 현저히 감소할 거라고 했지만, 환경청은 마지막 협의서에서까지 재차 촘촘한 대책 마련을 주문합니다.

이에 신안군도 조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7년부터 대봉산 인근 5곳에 철새 대체 서식지를 마련 중입니다.

습지와 저수지 등에 먹이를 공급해 공항에서 떨어진 곳으로 서식지를 옮기도록 유도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대체 서식지의 기능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백운기/충남대 산림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조류학회장 : "철새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기존 경로하고 서식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래서 대체 서식지가 흑산공항 예정부지하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경우에는 철새들이 이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굉장히 높습니다."]

여기에 잦은 안개가 끼는 섬의 기상 조건, 소형 항공기가 도입되면서 조종사의 육안에 의존하는 '시계 비행'이 이뤄진다는 점도 위험 요소입니다.

이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에 한 대도 없는 조류 탐지 레이더 등의 장비 도입을 비롯해 철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요구됩니다.

[정원경/초당대 항공운항학과장 : "조류 탐지 레이더랑 그리고 열화상 카메라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설치돼야 될 것 같고요. 대량의 철새가 이동할 때 탐지가 돼서 미리 경로를 확인하기 때문에 조류 충돌을 방지할 수 있겠고요."]

흑산도와 홍도 섬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의료 사각지대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는 흑산공항.

공항 건설의 명분은 뚜렷하지만, 조류 충돌에 대한 우려도 당연합니다.

아직 총사업비 협의가 끝나지 않은 만큼, 불행한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착공 전 만반의 안전 대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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