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업무상 재해로 숨진 직원의 유가족을 특별 채용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규정한 회사들이 있습니다.
고용 세습이라는 비판도 만만찮았는데, 대법원이 이런 단체협약 조항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결론냈습니다.
그 이유, 백인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기아자동차 근로자 A씨는 화학물질인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일하다 2010년 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업무상 재해였습니다.
기아자동차의 단체 협약에는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직계가족 한 명을 특별 채용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A 씨 유족은 직원 채용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습니다.
1, 2심에서는 모두 회사가 승소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규정이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목적이고, 전몰군경 유가족을 우대하는 등 특정 계층을 보호하는 조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유가족이 별도 절차로 소수만 특별채용되는 이상 다른 구직희망자의 채용 기회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단협 조항이 사용자 측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 단협 규정이 무효가 될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란 판단입니다.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에 대해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금속노조 관계자 : "산업재해로 억울하게 사망한 노동자 유족에 대한 보호책임이 사업주에게 있음을 명확히 한 판결이고요."]
대법원은 다만 이번 판결이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단체협약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